“권력과 결탁하지만 권력을 뛰어넘은 부자들”…『권력 위의 권력, 슈퍼 리치』
상태바
“권력과 결탁하지만 권력을 뛰어넘은 부자들”…『권력 위의 권력, 슈퍼 리치』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8.06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설립자인 신격호 회장은 일본과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고속성장한 대표적인 재벌총수다.

신 회장은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후 시게미스 하쓰코(重光初子)와 결혼해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동주·동빈 형제를 낳았다.

하쓰코 씨의 가문은 일본 정관계에 영향력 있는 인맥을 보유한 명문가로 신 회장의 사업 성공 이면에 처가의 덕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 땅을 밟은 신 회장은 박정희 정부의 외자 유치 정책에 따른 특혜 수혜자였다. 일본롯데의 투자금 일부가 외자로 인정받으며 법인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받은 것이다.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모든 재벌총수들은 신 회장과 비슷한 권력의 지원을 받으며 오늘날 부를 거머쥐었다.

비단 국내 재벌총수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 세계 수퍼 리치들은 권력과 가깝게 지내며 부를 쌓았고 결국은 그 권력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간 『권력 위의 권력, 슈퍼 리치』(푸른숲)는 이처럼 막대를 부를 쌓아 세상을 주무르고 자선사업과 예술 후원으로 평판까지 완벽하게 관리한 글로벌 부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권력 자체이거나 권력과 가까웠고 권력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시대적 요구와 변화를 경제적으로 해석하고 실행했다.

이 책은 슈퍼 리치의 정의를 먼저 “당대를 호령한 대부호이자 돈을 벌고 쓰고 평판을 형성하고 조작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인물이나 집단”으로 규정한다. 또 “공적인 의사결정의 모든 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이들”과 “더 나아가 당대에 부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사후에도 영향력을 남긴 이들”고 정의한다.

코시모 데 메디치·알랭 르 루·프란체스코 피사로·얀 피터르스존 쿤·로버트 클라이브는 대표적으로 권력자의 결핍을 채워준 슈퍼 리치들이다. 이들은 각각 교황의 돈 관리를 도맡았고 왕을 도와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특히 피사로·쿤·클라이브는 신대륙 모험을 통해 조국인 에스파냐·네덜란드·영국에 막대한 부를 안기고 세계를 재패할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산업 혁명의 물결을 타고 전쟁을 적극적인 기회로 삼은 슈퍼 리치로는 독일의 대포왕 크루프와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가 꼽힌다.

 

빌 게이츠와 부호 순위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러시아와 중국의 올리가르히는 정부 권력과 가까이 지내며 산업과 자원을 독점했고 금융인들은 적극적인 로비 활동으로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도록 했다.

콩고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는 냉전 시대 아프리카에서의 지정학적인 이점을 활용해 미국으로부터의 막대한 지원을 이끌어냈다.

말리 제국의 만사 무사, 프랑스의 황제 루이 14세·이집트 파라오 아크나톤, 중동의 석유를 독점한 셰이크 등은 슈퍼 리치이자 스스로가 권력 자체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떠한 사회적 맥락에서 슈퍼 리치들이 탄생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슈퍼 리치의 활동 기반을 들여다보면 역사 속에서 세계 패권의 중심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유추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