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을 이해하면 신화가 보인다”…『한국신화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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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을 이해하면 신화가 보인다”…『한국신화의 이해』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9.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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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된다. ‘신성한 이야기’와 ‘황당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현실감은 떨어진다. 이유는 스토리 자체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상으로만 본다면 그리스-로마신화와 단군신화 등은 모두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다.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화를 다룬 영화와 만화 등 각종 문화 콘텐츠는 꾸준하게 소비된다.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정신문화 가운데 하나다.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고대인들의 정신활동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화에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은 ‘고대의 지혜’라는 측면에서 신화에 접근하기도 한다.

문화인류학자 이경덕의 신간 『한국신화의 이해』(시루)는 신화의 수많은 상징을 저장하는 창고와 같다며 그 의미를 탐색하기 위한 키워드로 ‘상징’을 제시한다. 즉 신화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줄거리가 아니라 상징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상징은 하늘, 쑥과 마늘, 호랑이와 곰, 호랑이와 곰이 지내던 동굴 등이다.

여기서 곰과 호랑이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선주민들(청동기 사용) 가운데 선진문화(철기 사용)를 가진 환웅이 세운 도시국가 ‘신시’의 시민이 되기 위해 찾아온 이들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곰과 호랑이가 신시의 시민과 대립되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또한 쑥과 마늘은 신시에 정착하기 위해 신시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동굴 역시 야생의 습성을 버리고 시민이 갖춰야 할 문화화 또는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

 

이렇게 상징의 의미를 이해하면 단군신화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즉 변화의 과정이 필요한 고단한 통과의례가 단군신화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저자는 “단군신화는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이야기를 넘어 새로운 사회 또는 문화권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신화”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단군신화 외에 바리공주 신화를 비롯해 모두 8가지 한국신화들의 상징을 통해 시작과 끝, 생명과 꽃밭, 죽음의 순환, 운명의 굴레, 재물과 수명, 타자의 이해, 집과 가족 등의 상징을 찾아 나선다.

또한 오랫동안 신화에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는 그동안 신화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신화에 대한 접근법, 신화 분석을 위한 방법론 등과 함께 인류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한국신화의 의미를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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