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사로 재구성한 한국 사회 50년의 변화…『압축성장의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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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조사로 재구성한 한국 사회 50년의 변화…『압축성장의 고고학』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11.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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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들은 도시화와 인구 같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형 문제였다.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나 위험사회의 등장과 같은 후기 산업사회의 문제들이 부각됐다.

예를 들어 지난 50년 동안 한국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초혼 연령은 늦어졌을 뿐 아니라 초혼 기간도 길어졌다. 몇 살에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의미다.

자녀 출산이 줄고 특정 시기 몇 년간 집중적으로 출산한 후 중단하는 경향, 그리고 인공유산이 늘어난 것도 출산에 있어 여성의 선택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도시화로 이웃공동체가 연고와 결사체로 이동한 것도 큰 변화다.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사회적 연결망은 이웃도 아니고 친족도 아닌 연고형 조직과 결사체에 대한 참여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산업화와 탈산업화라는 관점에서 연대를 잃어버린 노동자도 변화의 큰 특징이다.

2000년대 이후 노동자들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개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화된 생존은 누군가에게는 가능하겠지만 다수에게는 불가능하다.

다만 최근 2~3년 동안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변화의 싹이 주목된다. 창년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 사회정책과의 연계를 긴밀히 하는 노동운동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 대표 중 한 축으로 청년 유니온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이다.

신간 『압축성장의 고고학』(한울)은 1965년부터 2015년까지 5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경험한 상전벽해의 변화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수행해온 사회조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거시적 사회구조의 변화로 서술됐던 기존의 통계와 달리 결혼과 출산, 교육과 학력주의, 고령화와 노인의 삶, 도시화와 공동체, 노동시장, 사회적 위험과 복지, 정보사회의 등장 등 지난 50년을 살아온 현실적이고 생생했던 한국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분석했다.

마치 고고학자들이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파헤쳐 과거의 인간과 사회를 복원해 내듯이 50년에 걸친 사회조사 자료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변화를 복원하고 추적한 것이다.

이렇게 이뤄진 분석의 결과는 때로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확인시켜주고 때로는 상식을 뒤집는 놀아움을 선사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책머리에서 “이 책을 통해 전에 접해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지나간 50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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