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허주호 전 회장과 담양다이너스티골프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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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주호 전 회장과 담양다이너스티골프장 단상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3.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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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의 추월산 자락에 펼쳐진 ‘담양 다이너스티 컨트리클럽’은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클럽하우스가 유명합니다.

넓은 유리창으로 골프코스가 내려다보이는 유럽스타일의 대리석 외관은 고풍스런 인테리어와 함께 마치 중세 귀족의 저택을 방문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골프장 관계자는 아테네 신전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특히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른다는 값비싼 고가구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기를 죽여 놓습니다. 의자에서부터 테이블 등 모든 가구는 물론 사우나와 골프텔 등에 사용된 자재들까지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사치의 극대화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꽃보다 남자』, 『대물』, 『아가씨를 부탁해』 등과 같이 재벌가(家) 출신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많은 드라마의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6년 전쯤 이곳에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허 전 회장은 대주그룹이 무너지기 전까지 담양 다이너스티 컨트리클럽의 오너였고 직접 코스를 조성한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무척이나 소탈해보였던 허 전 회장은 난처할 수 있는 질문에도 거리낄 것 없는 답변으로 기자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잔뜩 거드름을 피웠던 대부분의 기업 오너들과는 달리 간소한 평상복 차림으로 클럽하우스 곳곳을 앞장서서 안내하며 인터뷰에 응했던 것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고가구와 자신이 머무르는 골프텔 그리고 전용사우나에 대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허 전 회장의 젊은 부인이 고가구를 수입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의 부인은 서울 신사동 가구거리에 매장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졌습니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고가의 수입가구 전문거리로 유명합니다.

마치 작업장 인부와 같은 차림의 소탈한 외모와 달리 그는 유럽 귀족의 흉내를 내며 사치스런 치장에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두 얼굴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지난 22일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허 전 회장의 귀국했다고 합니다. 또 1일 5억원짜리 강제노역을 50일 동안 한다고 합니다.

2011년 대법원이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한 이후 뉴질랜드로 도피한 그는 최근까지 벌금 등을 내지 않고 카지노 출입 등 호화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벌금 이외에도 국세와 지방세 등 150여억원과 금융기관에도 230여억원이 넘는 빚이 남아있어 검찰과 국세청이 미납세금 징수조치에 나섰다고 합니다.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허 전 회장을 보면서 그 3년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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