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부사장, 후계 ‘굳히기’…검증 ‘미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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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부사장, 후계 ‘굳히기’…검증 ‘미루기’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3.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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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대표이사, 9부 능선 확보…가시적 성과는 여전히 과제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경영전략 및 영업총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그룹 3세 체제의 구심점으로 평가받는 조원태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굳히기에 들어갔다.

장녀와 차녀 등 두 딸에 비해 경영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던 조 부사장은 지난 21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아버지인 조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이날 조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사실상 후계경쟁에서 9부 능선을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한진칼 대표이사 자리는 조 부사장의 후계승계를 위해 필요한 경영능력을 검증하기에는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경영환경에서 지주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소 모호한 위상으로 인해 대표이사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활용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즉 국내 현실에서 지주회사는 오너 일가의 소유권과 지배권 강화 이외에 경영활동이라고 내세울 만한 역할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 부사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선임을 그룹경영 총괄로 연결하는 해석은 다소 무리라는 주장이다.

다만 조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전환과 한진해운의 계열 편입 등 당면 현안이 모두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조 사장의 내부입지를 한층 탄탄하게 해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맡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총괄 담당 부사장 자리는 외부에서의 입지까지 담보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하면 오너 3세로 그룹 안팎에서의 위상과 보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대된 위상과 보폭만큼 조 부사장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
조 부사장에게는 ‘누이들에게 치이는 황태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두 살 위의 누나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일곱 살 아래의 여동생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말이다.

실제 조현아 부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 그 능력을 발휘했다. 한식은 기내식에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깨고 비빔밥과 비빔국수 등 한식을 도입해 최고의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조 부사장의 카리스마와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조 부사장이 지난 200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도 지난해 매출액이 대폭 증가했다. 증가폭만도 전년 대비 47.1%에 달한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하락했지만 한진그룹 전반에 걸친 적자경영에서 이같은 경영실적은 조 부사장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와 함께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월 정석기업 대표이사에 오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언니 못지않은 경영성과를 자랑한다.

대한항공 입사 전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했던 조 전무는 현재 대한항공 광고 및 마케팅을 총괄하며 ‘감성 마케팅’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1년 상무 시절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대한항공 광고에서는 직접 번지점프를 한 뒷모습의 주인공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해 조 전무는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인쇄부문 대상을 비롯해 총 5개 부문 9개 상을 휩쓸었다.

‘어디까지 가봤니?’, ‘내가 사랑한 유럽’ 등 화제가 된 대한항공 광고는 모두 조 전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누이들의 고공실적 행진에 작아지는 것은 조 부사장뿐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부드러운 리더십 등 추상적인 단어들만 조 부사장을 치장할 뿐 누이들처럼 내놓을 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 조현민 전무(광고 및 마케팅 총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니컨버스의 실적이 조 부사장의 경영능력으로 곧잘 거론되기는 하지만 뒤집어보면 오히려 낯이 뜨겁다.

유니컨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52억원으로 영업이익 10억원, 당기순이익 9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1월 설립 첫해 매출액 14억원, 당기순손실 3억원에 비하면 6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 252억원의 63.4%에 달하는 160억원이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유니컨버스는 설립 초기부터 한진그룹 내 IT 관련 일감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채워왔다. 조 부사장의 경영능력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조 부사장의 공개석상 등장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또 등기이사 선임도 늘어나고 있다.

올 1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KAI 인수 불가를 선언하고 2월에는 부산 대한항공테크센터에서 개최된 샤크렛(Sharklet) 1만개 생산 기념행사에 참석해 대한항공 흑자전환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3세 경영인들에 대한 경영능력 검증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는 향후 3세 경영인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조양호 회장이 건재하고 후계승계를 논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원태 부사장을 평가하기에도 아직은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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