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쇼] 뒷모습에서 본 내면의 이야기…정일모 작가의 ‘뒷이야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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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쇼] 뒷모습에서 본 내면의 이야기…정일모 작가의 ‘뒷이야기’ 전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5.12.2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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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함께 하지 못하고 멀어져 가는, 낯선 이방인에게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먼저 밀려온다.

나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받아들이지 못한 채 등을 져야 하는, 수용보다는 거부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정일모 작가에게 뒷모습은 전혀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일부러 가꾸면서 본래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미 다 보여주고 다 들켜버린 내면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면 “앞모습이 빛이라면 뒷모습은 그림자”다.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작가는 종종 인체 드로잉 연습을 위해 스스로 모델이 되는데 유독 자신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에 놀랐다고 한다. 거기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그림은 재치덩어리였고, 어떤 그림에서는 엄마가 보였다. 또 아픈 모습과 한 인간의 고독, 쓸쓸함, 세상을 살아가는 수고와 번뇌, 이쁨과 착함이 있고, 어린 아이도 있었다.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Vilhelm Hammershøi)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그의 아내 이다 하메르스회(Ida Hammershøi)를 그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빌헬름은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생각했다. 앞모습이 꾸밈이라면 뒷모습은 본질이라고 믿었다.

 

정일모 작가와 빌헬름의 뒷모습 그림은 이처럼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표현방식과 주제의식은 또 다르다.

오는 25일 서울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서울아트쇼’에 출품되는 작가의 ‘뒷이야기’ 전(45번 AP갤러리)에는 예쁘게 가꾼 앞모습과 같이 감추지 않고 인정하면서 보듬어야 할 작가의 뒷모습 자화상이 전시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어두운 색조에서 풍기는 빌헬름의 정적(靜的)인 묵직함보다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색조를 통해 어릴 적 동심을 불러 깨우는 동적(動的)인 역동성을 특징으로 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화폭에 담아 전달하는 작가 특유의 작품들은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화가로서 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삶의 모든 걸 다 표현해 내고 싶은 욕망이라는 작가의 직업세계가 반영돼 있다. 산다는 게 음과 양의 조화로움인데 그림자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이게 하고 느끼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나게 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은 늘 그랬듯이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인간사랑’이 강조됐다.

“저는 이번 전시로 우리의 뒷모습을 보듬고 사랑하고 연민의 마음을 갖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림자는 감출 부분이 아니라 인정하고 바라봐줄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빛이 더 커지고 삶은 더 아름다워지고요.”

▲ 정일모 작가는 “앞모습이 빛이라면 뒷모습은 그림자”라고 말한다.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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