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역 넘보는 인간의 유효기간은?…『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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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 넘보는 인간의 유효기간은?…『사피엔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12.3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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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만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는 최소한 여섯 종의 호모(사람) 종이 있었다.

동부 아프리카에는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아시 일부에는 직립원인이 거주했다. 모두가 호모, 즉 사람 속(屬)의 구성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신간 『사피엔스』(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는 그 이유로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 같은 협동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 덕분이라고 덧붙인다. 예를 들면 신, 국가, 돈, 인권 등이다.

종교, 정치 체제, 교역망, 법적 제도 등 인간의 대규모 협동시스템은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허구, 즉 지어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진 사피엔스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국가에서 기업까지 모든 권력에 충성을 바치고 있다.

그렇다면 사피엔스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저자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그의 책 『사피엔스』는 약 135억 년 전 빅뱅으로 물리학과 화학이 생겨나고 약 38억년 전 자연선택의 지배 아래 생명체가 생겨나 생물학이 생기고 약 7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이 발전해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개척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수만 년의 역사를 관통해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것으로 세 가지 대혁명을 제시한다. 바로 약 7만년 전의 인지혁명, 약 1만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고 농업혁명은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지만 인지혁명은 여전히 많은 부분 신비에 싸여 있다.

또한 저자는 역사 발전 과정의 결정적인 일곱 가지 촉매제로 불, 뒷담화, 농업, 신화, 돈, 모순, 과학을 지목한다.

인지혁명의 시작으로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선 인간은 언어(뒷담화)를 통해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고 수렵채집인에 머물던 인간은 농업혁명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경험한다.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는 강력한 무기는 종교, 계급, 권력 등 허구의 신화들이다.

농업의 발달은 부의 증가와 정착생활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돈을 맹신하게 됐으며 돈의 맹신은 사회적 모순을 야기한다.

그리고 500년 전의 과학혁명은 또 이전 시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보였다. 몸과 마음조차 경제의 주요한 생산물로 바꿔버린 것이다.

특히 역사 과정을 통해 언제나 형이상학적 현상으로 인식됐던 죽음까지도 기술적인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다. 40억년간 자연선택의 지배를 받아온 인류는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적 혁신은 인류에게 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저자는 몇 만 년에 걸쳐 지구 전체의 주인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이제는 생태계 파괴자가 됐다면서 영원한 젊음을 얻고 창조와 파괴라는 신의 권능을 가질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새로운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없는,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위험한 신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저자는 서문에서 “생명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결정은 지금껏 시장의 맹목적인 힘과 덧없는 유행이 좌우해 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가장 적당한 때”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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