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론계의 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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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론계의 골목상권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3.12.1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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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의 기자생활을 마치고 언론매체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지인들은 격려를 하면서도 뒤로는 걱정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공급과잉의 언론시장에서 소규모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해 걸어야 할 고난의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였겠지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공급과잉은 비단 언론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모든 시장에서 넘쳐나는 상품들에 짓눌려 무엇을 어디에서 구매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불균형입니다. 소수에 의한 무차별적인 시장과점이 공급과잉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영세업체들을 시장에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빼앗는다는 비난이 제기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언론시장에서도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특정 매체들에 의한 시장과점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일간신문은 물론 방송과 주․월간 잡지 시장까지 이들 매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계의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주․월간 시장과 출판대행업까지 지속적인 신규 진입으로 영세 매체가 설 수 있는 틈조차 빼앗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문화관광체육부 자료를 보면 이 같은 불균형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언론사 수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산업의 규모는 2012년 기준 12조4838억원으로,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매체별 광고비는 전체의 70%인 8조7280억원으로, 이 가운데 TV․라디오․신문․잡지 등 4대 매체가 40.3%를, 케이블․온라인․위성․모바일․IPTV․DMB 등 뉴미디어가 37.7%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100인 이상을 고용한 언론사가 전체 광고의 37.7%인 4조7018억원을, 50~99인 언론사가 24.4%인 3조425억원을 쓸어갔습니다. 50인 이상을 고용한 중대형 언론사가 전체 광고비의 62.1%를 가져간 것입니다. 반면 10인 이하 고용 언론사는 전체의 6.9%인 8695억원의 광고비를 차지했을 뿐입니다.

소위 메이저 매체에서 두 차례나 월간지 창간을 주도했던 필자는 지금도 그들이 왜 월간 잡지 시장에까지 뛰어들었는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업인 일간신문 발행에만 전념해도 좋을 그들이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는 주․월간지 시장에 참여했던 것은 아마도 언론시장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제 언론시장도 메이저 위주의 공급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들이 독자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세 매체들이 설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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