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 오너 일가 연봉공개, "무엇이 두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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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 오너 일가 연봉공개, "무엇이 두려워서"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01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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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상장사 등기임원 가운데 연봉 5억원 이상의 명단이 31일 처음 공개됐습니다.

우선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확률조차 희박한 로또 1등 당첨금보다 많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라움이 앞섰습니다.

특히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5억원 일당 파문으로 ‘광주교도소 아르바이트 가자’는 우스갯말이 나돌 만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던 샐러리맨들의 허탈감은 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연봉이 공개된 명단 속에서 정작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했던 삼성그룹 일가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연봉 30억900만원이 고작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비등기이사이기 때문입니다. 연봉 공개 대상자를 등기이사로 한정해 비등기이사는 공개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재벌가 오너는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경영권 행사는 물론 이사회에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굳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사내외 여러 사건에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연봉까지 공개해야 하는데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등기이사보다 적은 연봉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호텔신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등기이사인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급여로 10억4000만원을 받아 월 8670만원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설과 추석 상여, 목표 인센티브,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 5억6900만원의 상여금과 기타 근로소득 14억원을 더 받았다고 합니다.

신라호텔 직급상 두 번째 서열인 한인규 부사장은 연봉 11억4000만원을 신고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등기이사 연봉 가운데 비오너, 즉 월급쟁이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67억7300만원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형식상 소속돼 있는 회사 역시 삼성전자입니다.

이들의 연봉만으로도 삼성 오너 일가의 연봉은 대충 짐작이 됩니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더 궁금해질 뿐입니다.

31일 등기이사 연봉이 공개된 직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00억원대 연봉으로 단연 화제였습니다. 아마도 이건희 회장의 연봉이 공개됐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이부진 사장의 연봉이 신라호텔 서열 두 번째인 한인규 부사장 연봉의 3배에 달합니다. 이를 삼성전자에 적용할 경우 권오현 부회장의 연봉 3배가 회장, 즉 오너의 연봉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203억19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최태원 회장은 4개 계열사에서 301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3개 계열사에서 140억원의 연봉에 불과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비난여론을 감수하더라도 이들 오너들처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은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오너가 무엇이 두려워 자꾸 ‘열외’를 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승정원 지하 골방에 최첨단 사무실을 차려놓고 은둔자와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른 오너 기업인들처럼 떳떳하게 세상 속으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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