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현정은 회장…박근혜 드레스덴 선언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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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현정은 회장…박근혜 드레스덴 선언 ‘암초’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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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못간 대북사업 재개의 단꿈…현대그룹 자구계획도 빨간불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11월18일 금강산관광 12주년을 맞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소재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 대치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초까지만 해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반전의 단초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대북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으로 다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한 현대그룹 자구계획의 핵심이 해운과 대북사업을 축으로 하고 있어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고조는 현정은 회장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조차 발행할 수 없는 벼랑으로 내몰려 현대그룹의 순조로운 자구계획 이행 여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자구계획을 발표하며 그동안 그룹을 떠받치고 있던 해운과 금융이라는 두 개의 대들보에서 금융을 걷어내고 해운과 대북사업이라는 새로운 대들보를 내걸었다.

매각한 금융 부문 자산으로 현대상선을 살리는 한편 대북사업으로 현대아산의 외형을 키워 그룹 유동성 위기도 극복이 가능하리란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으로 대표됐던 그룹의 주력 계열사도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으로 재편해 왔다.

현대그룹의 이 같은 재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룹 외적인 환경변화가 뒷받침돼야 했다. 바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가 화해 모드로 바뀌어 중단됐던 대북사업이 재개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기대는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북측의 실무회담 제안을 수용하면서 경색됐던 대북관계에 활로가 트이고 현대그룹 역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대북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현정은 회장이 정몽헌 전 회장의 10주기 추모식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하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취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활로가 모색됐다며 한껏 부풀어있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현대아산이 모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며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현정은 회장의 단꿈은 채 1년을 채우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드레스덴 제안으로 남북관계가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번 대치국면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설사 대치국면이 끝난다 하더라도 조기 대북사업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이어지면서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1000여명에 이르던 인원을 300여명으로 줄여 개장폐업을 이어오고 있다. 또 대북사업 중단에 따른 피해 규모도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등 금융 부문의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 하더라도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칠 것”이라며 “해운업황 개선과 대북사업 활성화만이 현대그룹 회생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해운업황은 점차 개선 추세에 있어 시기문제인데 반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조변석개하는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이 이번 유동성 위기를 넘긴다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칫 그룹을 지속적인 유동성 위기로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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