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다”…『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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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다”…『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2.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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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장기화로 한국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떨어져 물가상승률이 0% 이하로 하락하는 네거티브 인플레이션으로 정의된다.

실제 일본은 저성장과 저물가 국면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신간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동아시아)은 저출산·고령화·디플레이션 등의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을 통해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 경제를 바라보고 극복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책이다.

흔히 ‘내수 침체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기계적인 사고를 한다.

반대로 ‘경기만 좋아진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직면한 한 번의 불황을 극복하면 다시 호경기가 찾아와 모두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즉 경제가 성장한다고 내수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핵심은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경기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의 파도, 즉 생산가능인구=현역세대 수의 증감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전후 베이비붐 이후로 생산가능인구, 즉 현역세대가 갈수록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점점 늘어났다.

경기만 좋아진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국제경쟁과는 무관하게 일본 내에서는 장기적인 내수부진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기본적인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산성이 향상돼도, 경제성장률이 상승해도, 경기대책으로 공공공사가 확대돼도, 인플레이션 유도정책을 써도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소비인구의 감소는 수요의 감소인 것인데 이를 배제하고 경기를 회복시킨다거나 경제성장을 목표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즉 노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사태의 본질을 무시하고 경기순환으로만 설명하려고 한 것이 일본의 현재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 둔화,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세대의 개인소득 총액 유지 및 증가, 개인소비 총액 유지 및 증가 등의 세 가지를 새로운 처방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고령부유층에서 젊은 세대로의 자발적인 소득이전 실현, 여성 취업과 경영 참가 촉진, 외국인관광객 및 단기체류객 유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저자는 “단카이세대의 1차 퇴직으로 인해 여유가 생긴 인건비를 젊은 세대로 돌리는 노력을 한다면 내수의 감퇴를 방지하고 끝없는 경비삭감의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혹은 고령부유층이 가만히 앉아서 주가하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의 1퍼센트라도 소비해준다면 일본 국내경제는 크게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불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기업에서 젊은 세대의 고용을 지켜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경기대책은 정부의 일’이라는 사고가 만연해 있어서는 모두가 서로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외국인노동자, 즉 생산자를 외국에서 불러오는 것은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원인은 노동력 감소가 아니라 소비자 감소이기 때문이고 생산력 감퇴가 아니라 내수의 감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소비자를 외국에서 불러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오히려 고용과 내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디플레이션과 일본경제의 문제는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보다 더 빨리 고령화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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