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과 밖이 다른 위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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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과 밖이 다른 위기의 실체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2.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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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당장이라도 온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경제위기를 부르짖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경제 살리기 서명에 나서는 등 위기감도 고조시켰다.

그러나 설 연휴 마지막 날 북한이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순간 한국경제의 위기는 어느새 해소돼 버렸다. 어느 누구도 설 연휴 이전과 같이 한국경제가 위기라며 국회의 경제 관련 법 통과에 목을 매지 않고 있다.

특히 매달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한국경제 위기론이 국내에서는 북핵 이슈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데 반해 오히려 외부에서는 가계부채를 비롯한 한국의 잠재적 신용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우리가 아닌 남들이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17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와 주택 수요 약화, 조선·해운·건설업종의 취약 기업 등이 신용리스크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지난해 가계부채가 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가구의 경우 금리인상이나 소득 감소에 더욱 취약해졌다”며 “주택담보대출기준 강화로 주택수요가 약화될 것이고 이는 은행이 보유한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조선과 해운, 건설업종의 일부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곧 전쟁이라도 터질 것처럼 안보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정부와 달리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북핵 위기에 초연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한 ‘북한 관련 최근 상황에 대한 국제신용평가기관 입장’에 따르면 북핵 리스크는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는 개성공단 폐쇄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다소 부정적일 수 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며 피치도 실제 충돌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과거에 반복됐던 패턴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S&P 역시 현재 상황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반영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기재부는 소개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 국제신용평가사의 언급은 북핵보다 가계부채 등 신용리스크를 더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경제에는 그 어떤 요인보다 더 치명적인 악재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가?

흔히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실현불가능한 위기에는 안절부절 못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잠재된 위기에는 둔감하다.

특히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이라면 잠재된 위기보다 실현불가능한 위기가 호재로 여겨질 경우 당연히 표 계산이라는 실익 앞에 외면과 부풀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과거의 정치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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