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잇단 악재 출발점은 임영록 회장 취임
상태바
KB금융, 잇단 악재 출발점은 임영록 회장 취임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11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르지 않는 비리 저수지’…임 회장 경영혼돈상태 우려
▲ 임영론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이 잇단 악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잠잠할만하면 터져 나오는 각종 사건사고로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마르지 않는 저주지'라는 조소 섞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근 1년여 동안 발생한 KB금융의 잇따른 대형 사고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과 맞물려 있다.

임 회장 취임 이전만 하더라도 국민은행을 비롯한 KB금융에는 지금처럼 사회문제로 비화될만한 사건사고는 없었다. 전임 여윤대 회장과 MB정부와의 커넥션 의혹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임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호재는 고사하고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악재로 곤혹스러운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임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 이후 정식 출근까지 무려 14일이나 걸렸다. 국민은행 노조가 '관치금융 인사'라며 출근을 저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조롭기 않았던 임 회장의 출근과 취임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9개월 동안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등 KB금융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대형사고는 말 그대로 '참사' 수준이었다.

조직을 채 추스르고 장악하기도 전인 11월 불거진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사건은 잠복해 있던 KB금융의 대형 악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구속과 현지 직원 1명의 자살이라는 비극까지 불러온 이 사건이 마루리도 되기 전에 국민은행은 또 주택채권 원리금 110여억원 횡령사건이 겹치면서 혼란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들이 국민주택기금 위탁업무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허점을 노려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주택채권의 원리금을 횡령한 이 사건으로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3개월 동안 청약처축 및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신규 가입자 모집과 국민주택채권 신규 판매 등의 영업중단이라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달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전임 어윤대 회장 재임시절이었다. 그렇다고 임 회장이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당시 임 회장은 어 전 회장과 함께 KB금융지주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임 회장과 계열사 사장들이 직접 나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비리에 의한 사건사고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국민은행 직원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700억원 규모의 허위 입금증 발부와 친인척들이 맡긴 돈 20여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국민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 제기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지난 1월 발행한 KB국민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임 회장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었다.

이처럼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한 대형 내부비리 사건만 해도 벌써 여섯 차례에 달한다. 특별감사도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다음 사건은 또 무엇이냐'는 우려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임 회장 측근으로 불리며 지난 1월 KB금융에 입성한 한 고위 임원은 최근 사석에서 "KB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아 외부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9개월여 동안의 대형 사건사고가 임 회장과는 무관하지만 우연찮게도 취임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임직원 동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 취임 이후 대형 사건사고만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지주 회장으로서의 능력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임 회장의 첫 사업으로 평가됐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두고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대걸에서 패했던 것이다.

또 대형 사건사고 발생 이후 사태 수습과 내부 정비 등 후속조치도 미온적이라는 점을 들어 임 회장의 안이한 지도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1월말 KB국민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관련 지주·은행·카드사 임원 27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부분 반려됐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조직장악 능력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금감원 등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내부통제를 주문하고 있는데도 대형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이미 임 회장이 수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부에서 터져 나온 각종 대형 사건사고들로 조직정비와 조직장악 등에 실패한 임 회장의 지도력 상실로 KB금융지주는 사실상 경영혼돈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닌지 금융권은 우려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