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을 관조하는 화폭의 미소”…김문태·정일모 2인전 ‘삶의 해석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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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삶을 관조하는 화폭의 미소”…김문태·정일모 2인전 ‘삶의 해석판’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03.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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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태 ‘울엄마’(왼쪽)와 정일모 ‘공놀이’

두 화가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니 문득 중국의 고전 『장자(莊子)』 ‘재유(在宥)’ 편의 한 구절이 튀어나온다.

尸居而龍見 淵黙而雷聲(시거이용현 연묵이뇌성). ‘시동처럼 가만히 있지만 용의 기상이 드러나고 깊은 연못처럼 잠잠하지만 우레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군자의 우뚝한 기상과 당당한 기백을 드러낸 장자의 본래 의도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함께 한 두 화가의 작품에서는 정(靜)과 동(動)의 대비가 묘한 유사성으로 읽혀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화가가 한 자리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전시회를 연다. 김문태·정일모 2인전 ‘삶의 해석판’(3월15~29일, 규영 갤러리)이다.

겉만 보자면 서예가인 멍석 김문태 화백과 서양화가인 정일모 작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부조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실제 작품들도 김 화백은 먹을 소재로, 정 작가는 기름을 갠 물감을 사용해 이질적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두 작가가 지향하는 관점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 김문태, ‘사랑해’

김문태 화백은 동양의 재료로 동·서양을 합하고 전통 서예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을 담고 있다.

반면 정일모 작가의 재료는 서양의 것이지만 작품에 담긴 정신과 사상은 또 동양 사상과 철학이다.

출발은 다르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며 닿는 곳에는 아련히 떠오르는 옛 기억들이 담겨 있다. 밝고 활기에 넘치는, 행복한 순간들이 동심으로 화폭을 채우며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다.

웃음이 외부의 자극에 의한 행복이라면 미소는 마음 속 깊은 내면에서 체화된 행복이 아닌가.

▲ 김문태, ‘아버지의 그늘’

김문태 화백의 작품 곳곳에서는 고단한 삶의 한켠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은근히 미소 짓게 하는 마음 편안한 행복이 살아있다. 그러나 힘이 실린 붓 터치에서는 장자의 표현처럼 가만히 앉아있어도 용의 기상이 드러난다.

김문태 화백은 “다양한 언어들의 유희로 때로는 상처를,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절망을,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불행을, 때로는 행복으로 마음의 변화를 동양의 정신인 여백과 비움, 담백함과 단순함 그리고 느림과 여유로움의 자연성을 동양의 물성인 먹과 한지로 담아냈다”고 말한다.

한 점 한 획은 그냥 점과 획이 아니다. 우주의 음양오행이요 상서로운 기운의 살아있는 생명이고 삶의 변주곡이다. 삶의 향(香)으로, 그리움의 향(鄕)으로, 미래의 향(向)으로 고스란히 피어나는 삶의 해석판인 것이다.

정일모 작가의 공놀이 연작에는 동(動)적인 행복이 화폭에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우레 소리가 정(靜)적으로 머물러 있다.

▲ 정일모, ‘공놀이’

작가는 이를 불교경전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사상으로 풀어낸다. 우주 만물은 공(空)이 색(色)으로 발현되어진다는, 즉 작가 자신에게 없는 세계를 색으로 표현하고 나타내 이어간다는 메시지다.

색이 없으면 공이 없고, 공이 없으면 또 색도 없는, 그래서 색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결국 공에서 왔고 공은 또 색으로 이어지어 공과 색을 같은 것으로 본 것이다.

▲ 정일모, ‘공놀이’

작가는 “인생은 공(空)놀이, 색(色)놀이”라며 “내가 가진 자산이자 강점인 재능을 공놀이를 통해 마음대로 가지고 놀음으로써 나만의 색을 드러낸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결국 두 작가의 작품에는 내면의 삶을 관조하는 긍정의 미소가 가득 채워져 있다.

삶을 어떻게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느냐의 차이로 삶의 수준이 나누어지고 내가 사는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운명도 바뀐다는 삶의 해석판이 화폭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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