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성공 이끈 ‘기민한 생산방식’…“지속 성장 변수는 근로자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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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성공 이끈 ‘기민한 생산방식’…“지속 성장 변수는 근로자 잠재력”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3.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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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 도입에 실패했다.

대신 고유한 제도적 조건하에서 ‘프로젝트형 문제해결 능력’을 내용으로 하는 엔지니어들의 숙련이 기민한 생산방식을 일정한 변이로 형성한 후 21세기를 전후한 결정적 국면에서 선택돼 계승되면서 관행으로 정립됐다.

즉 진화론적 과정을 통해 현대차 엔지니어가 형성·반전시키온 기민한 생산방식이 현대차의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것이다.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이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관리 기술이라고 한다면 현대차의 기민한 생산방식은 예측 불가능한 복합적 환경에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 총체적 전략인 셈이다.

두 생산방식은 모두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핵심적 요소로 하고 있지만 린 생산방식은 안정된 환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기민한 생산방식은 급변하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실제 지난 2010년 미국에서 도요타의 리콜을 초래한 일련의 사건은 린 생산방식의 위기를 보여주었다. 글로벌화에 대응해 급속히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린 생산방식의 경쟁우위가 한계를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도 더 이상 기민한 생산방식에만 머물 수는 없다. 내연기관이 중심이었던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한편 자본이동과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의 불확실성과 세분화도 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생산과 작업방식을 고집하기에는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과 기업 간 관계의 불확실성까지 증가하고 있다. 성장의 지속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신간 『현대자동차의 기민한 생산방식』(한울)은 현대차만의 독특한 생산방식으로 이끌어왔던 고도성장의 현재와 새로운 방향을 찾는다. 특히 현대차 내부의 이야기지만 이는 한국 제조업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자동차산업 연구에 30여년을 집중해온 저자 조형제 울산대 교수는 “현대차는 이제 질적 고도화를 실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기민함으로 집약되는 생산방식의 특징을 살리는 동시에 최선의 관행을 위협하는 가치사슬의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거버넌스 변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장 먼저 제안한다. 상부에 집중된 정보처리 권한이 지금까지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하부의 자율적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 등 중간 관리자의 기술적·조직적 능력을 반전시키고 자율적 리더십을 시스템화하는 인사 시스템의 개선을 제시한다.

이어 부품업체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전환의 문제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모듈화는 생산성과 품질 등 경쟁력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현재 현대차의 수직적·폐쇄적 부품업체 관계는 모기업과 부품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현대차가 수직적 관계의 장점을 살린다고 하더라도 기존 부품업체와의 거래 관계를 개방적으로 전환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부품업체 역시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개방적 거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특히 조직 능력의 문제는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현재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제품개발 능력의 부족, 엔지니어의 업무 부담 가중화, 부품업체와의 격차 확대, 종업원의 잠재적 능력 미활용 등 조직 능력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엔지니어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려면 노사관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마리는 폭스바겐의 사례에 있다. 폭스바겐은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를 통해 제품개발의 다양성과 신속함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비슷하다.

흥미로운 것은 폭스바겐의 노사관계에도 대립적 성격이 일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폭스바겐 역시 린 생산방식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노사의 반대로 기민한 생산방식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노조의 경영 참여를 허용하며 기술과 숙련이 통합된 상태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자동화·정보화가 이루어졌다.

조형제 교수는 “근로자의 동기 부여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현대차의 조직 능력을 혁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노조를 경영파트너로 간주하고 근로자들의 잠재력을 끌어낸다면 현대차 생산방식의 조직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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