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성장하고 기업은 부유해도 국민은 가난”
상태바
“국가는 성장하고 기업은 부유해도 국민은 가난”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4.04.22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딴나라 이야기 ‘국민소득 3만 달러’…국민 주머니 터는 국가와 기업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무역수지도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정부의 거시지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금융경색 등 각종 대외 악재 속에서도 국가 경제는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0%에 이를 것이며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에 이른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와 달리 국민생활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하다. 정부와 국민의 체감경기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다.

22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NI는 2만6205달러였다. 올해를 기점으로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2만9250달러를 시작으로 내년엔 3만 달러를 넘어서고 2019년엔 4만 달러를 돌파해 2020년에는 4만3744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평균 환율이 달러당 1030원, 경제성장률은 3.9%라는 가정 하에 추정한 결과다.

한 발 더 나아가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GNI가 3만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GNI 3만 달러라면 4인 가구 기준 가구소득이 1억2000만원에 달하는 고소득층이다.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정부의 거시지표를 반증하고 있다.

실제 국민소득에서 개인이 소득으로 사용할 수 있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GNI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4대 보험과 세금 등을 빼고 나면 GNI 3만 달러라는 장밋빛과는 달리 1만5000달러만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GNI에서 PGDI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6.1%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2012년 기준 OECD 국가들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1개국의 비중은 평균 62.6%로 한국은 꼴찌에서 6번째였다. 그만큼 국가가 국민의 주머니를 많이 털어간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업으로 쏠리고 있는 부의 편중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이지만 기업은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최근 5년간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6.5%로 연간 평균 5.3%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기업은 80.4%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연간 평균 16.1%씩 증가했다. 기업의 소득증가율이 가계의 3배 수준인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말 331조원에 비해 43.9%가 늘어났다.

사내유보율도 1376%에서 1668%로 292%포인트나 상승했다

기업들이 돈을 차곡차곡 쟁이고 있는 반면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0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조5000억원(6.0%)이 늘었다. 2004년 말 494억2000만원과 비교하면 9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기업은 배를 불리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미루고 있다보니 은행 대출창구도 썰렁하다.

시중은행 지점장은 “대출 수요가 없는데 예금이 반가울 수 있겠느냐”면서 “대출실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기업으로 쏠린 부가 가계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대기업에 묶인 돈이 가계로 흘러들어오는 낙수효과가 사라지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해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이자비용 등을 경감시키는 한편 연금 및 사회보험료 부담이 계층별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도록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