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쏟아지는 비판들…“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은 없다”
상태바
경제학에 쏟아지는 비판들…“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은 없다”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6.05.04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둘러싼 비난들이 난무한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경제모델은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반해 있다는 비판에서부터 경제학은 암묵적인 가치판단으로 가득차 있으며 경제의 발전을 설명하고 예측하지 못한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이는 결국 경제학자들이 잘못된 모델을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신고전파가 아니라 케이스주의·마르크스주의 또는 민스키주의 모델을, 공급측 모델이 아니라 수요측 모델을, 합리주의적 모델이 아니라 행동주의적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때로는 모순적일 수도 있는 다양한 경제모델을 포용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자들 역시 종종 잘못된 확신과 시건방 때문에 모델의 다양성을 망각하곤 한다.

특히 일부 경제학자들은 특정 모델을 유일한 모델로 착각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던 사례와 워싱턴 컨센서스의 실패는 이러한 착각에서 비롯됐다.

또한 다양한 모델을 익히며 훈련받았지만 상황에 맞춰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 데에는 익숙치 못했다. 결국 자신의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선호에 따라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난 것이다.

신간 『그래도 경제학이다』(생각의 힘)는 금융위기 예측 등에 실패한 경제학에 대한 비판서이자 찬양서이다.

경제학이 언제 어디서나 들어맞는 법칙과 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을 가진 거대 과학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는 기예라는 게 핵심이다.

결정적·보편적인 답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훌륭한 분석 도구를 제공하는 게 경제학이라는 것이다.

저자인 대니 로드릭 교수(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분석틀인 ‘모델의 다양성’이야말로 경제학의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에 의해 미리 포장된 결론들의 집합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모델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이나 진화론과 같은 자연과학은 보편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경제모델은 맥락에 의존하며 거의 무한한 다양성을 띄고 나타난다.

다른 모든 잠재적인 요인들을 분석에서 생략해 특정 원인만의 영향을 분리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경제모델에 만약 많은 원인들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경우 현실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부분적인 설명만을 제시하며 특정한 상호작용 메커니즘과 인과적인 경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설계된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경제학에는 다양한 모델이 있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유용한 방책을 제안하며 지식을 축적시켜 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리학이나 여타 자연과학과는 다른 종류지만 모델을 통해 경제학은 과학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학은 더 나은 모델이 나쁜 모델을 대체하며 수직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이전의 모델이 설명하지 못했던 특징들을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과 함께 수평적으로 발전한다고 대니 로드릭은 말한다. 즉 새로운 모델이 낡은 모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에서 더욱 절절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장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 정리는 완전경쟁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렇지만 현실의 시장은 완전경쟁적인 경우보다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독점적 경쟁, 베트뜨랑 대 꾸른 경쟁, 정적 대 동적 모델 등 수많은 불완전경쟁시장 모델이 등장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비대칭적 정보가 모델화됐고 조지 에컬로프와 조셉 스티글리츠는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오늘날에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은 분명 세상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 왔다면서 경제학의 분석틀을 공공의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세상을 부분적으로나마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매우 유연해야 하며 맥락을 중요시해야 하는 경제학의 속성은 어설픈 전문가의 손에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