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의 저주’…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건설 이후 악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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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의 저주’…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건설 이후 악재 ‘봇물’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6.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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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으로 확대되는 전방위 수사…“높이 오르고자 하는 무리는 뿔뿔이 흩어져 산산조각 나리라”
▲ 롯데그룹이 쌓아올린 제2롯데월드가 뿌연 안개 속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원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헤드라인뉴스DB>

롯데그룹이 공을 들이며 쌓았던 잠실 제2롯데월드가 바벨탑으로 전락하고 있다.

연말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지만 그룹 역량이 총동원된 사업들은 줄줄이 무산위기에 처했고 민감한 비자금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롯데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잇따른 재앙을 ‘바벨탑의 저주’라고 말한다. 바벨탑은 세력이 커진 인간이 신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릴 목적으로 건설한 탑이다.

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있던 바벨탑은 신의 노여움으로 무너져 내리고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려 했던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에 따라 대륙별로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징벌을 상징하는 구약성서의 교훈이다.

실제 인류 역사에서도 ‘바벨탑의 저주’를 찾을 수 있다. 1929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항은 1931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이 완공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보다 높은 110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어스타워는 제1차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3년과 1974년 각각 완공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높이 452m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완공을 목적에 두고 있던 때였고 160층 규모의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가 완공되기 직전인 1997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고층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경제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롯데그룹도 제2롯데월드를 통해 재앙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정부 당시 허가과정에서부터 온갖 특혜설이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이후 서울시의 저층부 임시사용승인을 전후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수십 차례 되풀이되며 본격적인 재앙이 예고됐다.

바닥균열, 고정부속품 낙하로 협력업체 직원 부상, 천장 균열, 엘리베이터 오작동, 영화관 진동, 수족관 균열, 천장 누수, 콘서트홀 공사장 인부 추락사망, 20대 여성의 출입문 분리 사고 등등 대형 고층건물에서 발생가능한 모든 재난이 제2롯데월드에 집중됐다.

▲ 서울시의 임시사용승인을 전후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수십 차례 되풀이되며 본격적인 재앙을 예고했던 제2롯데월드 저층부. <롯데그룹 제공>

그러나 롯데그룹의 대응은 안이했고 욕망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그룹은 본격적인 ‘바벨탑의 저주’에 발을 담갔다.

이 사건으로 롯데그룹은 기업의 국적논란을 부르며 총수 일가의 폐쇄적 지배구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조사에 이어 정치권에도 개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두 형제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롯데그룹은 ‘황금알’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권을 잃었다.

지난해 7월 서울지역 신규 면세점 도전에 고배를 마신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11월 잠실 롯데월드점 사업권을 박탈당한 것은 쓰라졌다. 연매출 5000억원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오는 11월 면세점 운영권 재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낙관적인 전망은 어렵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악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의혹은 잠실 롯데월드점 면세점 사업권 회복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도 롯데그룹은 이름을 올렸다.

롯데마트가 판매한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가 16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41명의 피해자를 유발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다. 노 대표는 지난 1년6개월여 동안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총괄해왔다. 특히 소진세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3인방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핵심인물이 검찰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연말 제2롯데월드의 준공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8일에는 미래과학부가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28일부터 6개월간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 롯데그룹의 심장이 소공동 롯데타운. <롯데그룹 제공>

그러나 정작 롯데그룹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은 그룹 전반에 걸친 비자금 수사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점 특수4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약 30여명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를 급습해 압수수색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롯데호텔 등 계열사까지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은 치명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21일로 상장된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연말 제2롯데월드 완공은 시기를 늦추면 그만이지만 총수 일가의 형사처벌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이 이어질 경우 롯데그룹은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그룹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바벨탑 이후 고층건물은 인류의 풍요로움을 한층한층 쌓아올리기보다 차곡차곡 재앙을 쌓아올렸다.

롯데그룹이 쌓아올린 제2롯데월드가 롯데그룹의 미래 기반을 다져줄 공든탑일지 아니면 바벨탑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섣부르다.

다만 바벨탑의 교훈은 분명하다.

“높이 오르고자 하는 무리는 뿔뿔이 흩어져 산산조각 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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