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주의 경제학파의 개척자 유수원…①불운한 정치역정에 잊혀진 경제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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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주의 경제학파의 개척자 유수원…①불운한 정치역정에 잊혀진 경제이론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6.07.13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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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경제학자들] 맬서스 『인구론』 맹점을 60년 앞서 비판한 재야 경제학자

[조선의 경제학자들] 맬서스 『인구론』 맹점을 60년 앞서 비판한 재야 경제학자

[한정주=역사평론가] 유수원은 18세기 조선의 경제학에 끼친 사상적인 공적과 학문적인 영향력에 비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사실 그는 20세기 중·후반까지 실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에게도 낯선 인물이었다.

그러나 유수원은 중상주의 경제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우서(迂書)』를 저술해 18~19세기 수많은 실학자들을 매료시킨 중상주의 경제학 이론을 개척하다시피 한 선구자였다.

이토록 위대한 학자였던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아니 잊혀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의 불운한 정치 역정과 관련되어 있다.

유수원은 17세기의 막바지(1694년)에 태어나 18세기 중반(1755년)에 대역 죄인의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숙종·경종·영조로 이어지는 이 시대는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시대’였고 또한 정치적·사회적인 격동기였다.

유수원의 집안은 소론 명문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가 당파적 이해관계에 얽혀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간원 정언으로 재직하던 29세 때 소론의 영수인 영의정 조태구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파직당했던 사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이 있은 이듬해 다시 지방 고을의 현감으로 복직되었으나 10여년간 중앙 조정에 발을 딛지 못하고 지방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나 10여년 동안의 지방 생활은 유수원이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격변하는 조선의 사회·경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곳에서 그는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위해서는 조선이라는 국가를 대대적으로 수술할 사회적·경제적 개혁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이 40세를 전후해 저술을 완성한 『우서』에는 바로 그러한 개혁을 향한 열망과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유수원의 『우서』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당시 뜻있는 관료와 지식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박문수 등 몇몇 조정 신료들이 『우서』를 영조대왕에게 소개하면서 힘써 천거하는 바람에 유수원은 다시 중앙 관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이미 그는 스스로 호(號)를 귀머거리를 뜻하는 ‘농암(聾菴)’ 혹은 ‘농객(聾客)’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여러 가지 병과 심한 귀머거리 증상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결국 관직에 나가고 물러나기를 반복하다가 50세를 전후해 벼슬살이를 완전히 청산하고 초야에 파묻혀 지냈다.

그러나 당쟁의 소용돌이는 초야에 묻혀 산 병들고 늙은 한 지식인에게 편안한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노론 당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숙청당한 윤지 등 소론 세력이 계획한 반역 사건인 나주 괘서 사건과 이후 소론의 반역을 토벌한 공로를 축하하기 위해 치른 과거시험에서 나타난 변서(變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결국 62세의 나이로 처형당하고 만다.

그의 집안 또한 몰살을 당했는데, 이 때문에 그에 관한 기록과 행적 또한 사라지고 말았다.

더욱이 정조대왕이 집권한 십 몇 년간을 제외하고 조선이 멸망하기까지 노론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유수원은 정치적 복권은커녕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우서』 또한 19세기 이후 편찬 문헌에서는 자취를 감추어버렸고 몇몇 필사본만이 현재 남아 전해올 뿐이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공간에서는 읽히지 못하고 몇몇 지식인들 사이에서나 읽히고 전해진 지하 서적의 신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1970년을 전후해서야 비로소 『우서』가 유수원이 저술한 서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서』가 지하 서적의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도 면면히 전승되어온 것만 보아도 유수원이 조선의 개혁과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후대의 지식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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