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것은 시민에게서 뺏는다”…담배세만큼 기상천외한 세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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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것은 시민에게서 뺏는다”…담배세만큼 기상천외한 세금 이야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08.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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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9년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인들의 깊은 신앙심을 이용해 ‘수염세’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수염을 기르려면 일정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였다.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증세 논란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법인세 축소로부터 시작해 담배세 인상과 근로소득세 인상에 이어 13월의 보너스로 불렸던 연말정산 환급마저 오히려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 축소 등 실질적으로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 증세인데도 정부가 시종일관 증세가 아니라고 우기는 데서 논란은 출발했다.

특히 담배세 등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은 죄악세 위주의 증세 정책은 조세공평을 크게 해쳤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신간 『세금전쟁』(재승출판)에서는 현재 진행형인 한국의 증세 정책을 엿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각국의 세금 사례를 보여준다. 세입을 늘리기 위해 국가가 벌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창의력(?) 앞에 오히려 감탄사가 나온다.

대표적인 예는 1699년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도입한 ‘수염세’다. 한마디로 수염을 기르려면 일정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였다.

당시의 러시아인은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형상을 우롱하는 것으로 여겨 면도를 꺼렸다. 수염세는 러시아인들의 깊은 신앙심을 이용한 세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은 이를 갈면서도 면도 대신 납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혁명 직후 프랑스 정부는 시민들의 재정 상황을 파악해 세금을 매기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시민들이 세리들에게 실생활을 감추려고 노력할수록 세리들은 적당한 세금을 책정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상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 건물의 월세 수익 대신 겉에서도 빤히 보이는 건축양식을 과세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바로 ‘창문세’다. 창문세의 세율은 해당 주택이 속한 도시의 인구수에 따라 출입구나 창문의 개수에 따라 달라졌다.

독일에서는 1993년까지 ‘조명세’가 존재했다. 같은 백열등이더라도 촛대, 물방울, 버섯 등의 모양에 따라 세율이 달랐으며 화물차 전조등, 충전용 랜턴 등 분류가 워낙 다양해 납세자를 진땀 나게 했다.

1100년대 영국의 재무상이었던 리처드 엘리는 ‘살인세’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할 태수가 영주에게 일정량의 공물을 바치게 한 것이다. 미해결 살인사건을 태수의 업무 태만의 증거로 보고 물린 일종의 벌금이었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한 과세와 잘못된 제도 개혁은 이미 로마 시대부터 위정자들의 골머리를 썩게 했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가 된다.

저자인 하노 벡과 알로이스 프린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국가가 수입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정치인들이 숨기고 싶은 세금의 가려진 얼굴을 드러낸다.

또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잃은 현대 조세제도를 꼬집고 더 많은 자유와 복지, 성장을 위해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서도 고찰한다.

 

기원전 282년 로마 원로원 의원이었던 카스피우스(Caspius)가 당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세금개혁에 대한 평가는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황제여, 당신의 세금개혁은 이전에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있을 다른 모든 세금개혁과 동일합니다. 당신의 개혁은 현대적이고 공평하며 가볍고 예술미가 넘칩니다. 오래된 세금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으니 현대적입니다. 로마제국의 모든 시민들에게 손해를 끼치니 공평합니다. 시민 중 누구도 불룩한 주머니를 가질 수 없게 하니 가볍습니다. 그리고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고, 시민의 것은 시민에게서 뺏는다’는 긴 문장을 한 번의 개혁으로 달성했으니 그 예술미를 칭찬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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