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입의 제도적 합법화…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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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개입의 제도적 합법화…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정체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5.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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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요시유키의 『신자유주의와 권력』

외환위기의 광풍을 겪은 지난 20년 사이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곳에 경쟁이 철의 원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금근로자들은 이제 평생에 걸쳐 수십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할 처지가 되었다. 평생직장을 모색해야 하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자신의 직업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들을 뒤덮고 있는 것은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다. 모든 것이 시장의 논리로 환원되고 치열한 경쟁은 사회적 관계 곳곳에 자리 잡도록 만들어버렸다.

정치는 안정적인 모든 것을 불안정하게 흔들어 놓고 견고한 모든 것들도 유동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권력은 개개인이 놓여 있는 사회적 환경 또는 그 삶의 규칙에 작동을 가함으로써 그를 둘러싼 환경을 생존 경쟁의 시장으로 바꿔버렸다.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신자유주의는 이처럼 노동시장에서 종신 고용 제도를 철폐하고 여기에 능력별 급여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그때까지 경쟁이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에 적극적인 경쟁을 창출했다.

이에 따라 각 노동자는 개인별 목표, 이에 대한 자기 점검, 개인별 급여와 같은 항상적인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되며 노동환경은 항상적이고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일본 츠쿠바대학교에서 프랑스 현대사상을 중심으로 사상사, 사회이론, 권력이론을 강의하고 있는 사토 요시유키(佐藤嘉幸)는 신간 『신자유주의와 권력』(후마니타스)에서 신자유주의의 통치성을 맹렬히 비판한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통치의 형식과 삶의 방식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통치는 사회의 모든 국면에 경쟁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그에 따라 사회를 통치하려고 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시장 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쟁을 구축하고 그에 따라 사회를 조직화하는 이념을 보존했다고 한다면 그런 통치는 필연적으로 ‘자유방임’일 수 없으며 시장 안에 경쟁을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수반하게 된다.”

이처럼 적극적 자유주의, 개입적 자유주의라는 이념은 시장에 개입하고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경쟁을 창출하고 그에 따라 항상적 통제의 메커니즘을 창출하는 신자유주의의 적극적 개입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토 요시유키는 이 책에서 비판적 현대 정치철학의 흐름을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이에 대한 저항 전략’이라는 일관된 주제와 문제의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노동시장 정책에서 형벌 정책, 마약 관리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속에서 사회는 어떤 논리에 따라 변화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어떻게 저항할 것인지를 추적한다.

신자유주의는 흔히 공공 부문의 축소와 민간 부문으로의 이관으로 대표되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시장 원리 중시와 같은 경제정책 때문에 고전적 자유주의로의 회귀 또는 그것의 현대적 응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토 요시유키는 신자유주의의 원리란 시장 논리를 사회 전체에 철저하게 관철하기 위해 국가가 법적 개입을 통해 제도적 틀을 형성한다는 국가 개입의 원리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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