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나에게 차(茶)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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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나에게 차(茶)는 어머니”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09.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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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차 문화 복원 선구자인 어머니 뜻 이어 전통다례 맥 전수”

“전통 차 문화 복원 선구자인 어머니 뜻 이어 전통다례 맥 전수”

“다례를 기본으로 한 청소년 인성교육은 과제”

“즐겨 마시는 차는 녹차…자연 아끼면 결국 인간에게 혜택”

▲ 한국 전통 차 문화의 부활과 대중화를 초석을 놓은 어머니 명원 김미희 선생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는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사진=헤드라인뉴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애련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이름은 부를수록 눈물부터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유지를 기리는 삶은 또 쉽지 않다. 대부분의 어머니는 어느 한 분야에 열정을 쏟는 아버지와 달리 오직 자식 뒷바라지에만 평생을 쏟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어머니의 뜻을 잇고 있는 김의정 이사장에게서는 오히려 부러움이 앞선다.

김의정 이사장은 한국 다도(茶道)의 종가(宗家)로 일컬어지는 명원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김 이사장의 어머니는 한국 전통 차 문화의 부활과 대중화의 초석을 놓고 한국 차 문화의 기본예식이었던 다례를 복원시킨 김미희 선생이다. 때문에 김 이사장에게 ‘차(茶)는 곧 어머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 코엑스 ‘명원세계차박람회’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무렵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아파 링거로 연명했던 제가 어머님 돌아가신 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은 다 이유가 있겠구나 싶어 유지를 잇게 됐다”고 말했다.

생전의 어머니는 당신의 뜻을 이어받았으면 했지만 그 길이 고생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강권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김 이사장이 어머니의 길을 자처한 것이다.

여기에는 건강을 되찾는 데 즐겨마시던 차가 큰 도움이 됐다는 김 이사장의 믿음도 더해졌다.

우리 차 복원의 선구자인 어머니의 뜻을 받아 명원문화재단을 이끌어오면서 전통다례의 맥을 이어 나가고 차 문화 발전에 힘쓰는 것이 이제는 매년 되새기는 다짐이 된 이유다.

올해로 벌써 21년째 개최하고 있는 명원세계차박람회는 이 같은 다짐을 실천하는 대외적인 행사다. 지난 1995년 재단 설립 이후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했던 행사가 이제는 박람회 수준으로 규모가 커졌다.

김 이사장은 “우리 차 문화는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중국과 일본에 눌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조차도 우리에게는 차 문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람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식민지 시절 우리의 문화가 말살되면서 사라져 버린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차 문화가 이미 생활화돼 있다.

김 이사장은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이 같은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차는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일상에서 즐겨온 전통입니다. 우리가 제사를 모시는데 차례라고 하지 않습니까. 차례는 차와 예절이라는 뜻입니다. 조상에게 차를 올리는 행위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이 차 같은 고급문화는 조선사람에게 맞지 않다면서 말살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차례가 아닌 주례(酒禮)가 돼 버렸습니다.”

▲ 2016 명원세계차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를 시음해 보고 있다. <사진=헤드라인뉴스>

김 이사장은 동서양 차인(茶人)들이 박람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차 문화를 접하고 ‘이렇게 훌륭한 차 문화를 가진 나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일을 잊지 못한다.

덕분에 ‘세계 차 생산국가’에서 빠져있었던 우리나라도 차 생산국 지도에 초록색으로 표기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다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질서”라며 “차례차례라는 말도 차에서 나왔고 차곡차곡 재는 것도 차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상을 놓더라도 순서에 따라 반듯하게 놓고 마시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다례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인들이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데 사실은 우리나라 고려시절 때부터 행해오던 우리의 문화라고 김 이사장은 덧붙인다.

명원문화재단이 오랜 시간 열정을 쏟고 있는 생활다례도 여기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일본식 다도(茶道)가 정통인 줄 알고 행해 왔던 것을 김 이사장의 어머니가 당시 순종효황후 윤씨와 김명길·성옥염 상궁 등을 만나고 문헌을 뒤져 궁중다례를 바탕으로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다례와 함께 생활다례로 복원한 것이다.

차에 대한 철학을 묻자 김 이사장은 어머니의 호(號)로 답변을 대신한다. 김 이사장의 어머니 김미희 선생의 호는 재단의 이름이기도 한 명원(茗園)이다.

“서기 770년경 중국의 육우라는 사람이 쓴 『다경(茶經)』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1년에 세 번의 찻잎을 채취할 수 있는데 초여름 맨 처음 싹이 나올 때를 가(嘉)라 하고 이어 설(設)·명(茗)이라고 합니다. 명은 첫 번째가 아닌 세 번째입니다. ‘나는 항상 부족하니까 죽을 때까지 평생을 배워 채우겠다’는 철학을 담았습니다. 또한 원(園)은 자연입니다. 자연을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죠. 이처럼 차는 자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자연을 아끼면 결국 인간도 혜택을 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 이사장이 평소 즐겨 마시는 차는 녹차다. 어머니 김미희 선생도 돌아가실 때까지 화로를 끼고 살며 녹차를 가까이 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물 대신 마신단다. 여름에는 차게 먹고 보통 때는 미지근하게 마시는 게 녹차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김 이사장은 “녹차는 물을 식혀야 하고 우리나라는 손으로 덖으니까 더구나 물이 펄펄 끓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집 밖에서는 홍차를 주문한다. 젊었을 적에는 더러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만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고 겸연쩍어 한다.

김 이사장은 다례를 기본으로 한 청소년 인성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명원 세계 차 박람회와 함께 개최하고 있는 ‘국제청소년 차 문화대전’은 국내 유일의 대통령상이 주어지는 차 관련 행사다.

건강 유지와 정신을 맑게 하는 차를 청소년 시절부터 접하고 다례를 통해 예절을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인성교육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 다례 보유자이기도 한 김의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은 다례전수관, 차 문화연구소, 다도대학원, 지리산 다원(茶園) 등 한국 전통 다례법 보존과 교육 등 차와 차 문화·차 산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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