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도레이 케미칼 갑질에 국내 임가공 중소기업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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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본 도레이 케미칼 갑질에 국내 임가공 중소기업 파산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6.09.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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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 규모 추가 생산라인 설치 제안…완공 후 임가공 물량 발주 거부
▲ 다운나라의 구미공장 생산라인.

60억원 규모 추가 생산라인 설치 제안…완공 후 임가공 물량 발주 거부

일본계 글로벌 대기업 도레이 케미칼의 갑질에 국내 임가공 중소기업 ㈜다운나라가 유동성 위기로 결국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레이 케미칼의 모기업은 미쓰이(三井)로 중일전쟁 당시 군용 물자를 공급해 침략전쟁을 지원하고 계열 탄광에 3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강제 동원됐던 대표적인 일본 전범 기업이다.

섬유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항산화 섬유와 생분해 섬유 기술을 보유한 유망 중소기업이었던 다운나라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회생계획 폐지를 직권결정함으로써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도레이 케미칼과 다운나라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0년 도레이 케미칼의 전신인 웅진케미칼로부터 설비 일부를 매입한 다운나라는 섬유소재원료의 임가공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납품을 시작했다.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제2생산라인 설치를 고민하고 있었던 다운나라에 도레이 케미칼은 2012년 추가 생산라인 설치에 필요한 20억원을 선급금으로 제공하며 임가공 물량 할당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도레이 케미칼은 자금난을 겪고 있던 웅진케미칼을 인수하고 다운나라와도 임가공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2년 하반기 제2생산라인이 완공됐지만 도레이 케미칼의 임가공 물량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황이 나쁘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20억원 선급금의 변제 기간이 다가오고 도레이 케미칼은 1차 생산라인 임가공료에서 이를 공제하겠다는 통보까지 해왔다.

도레이 케미칼 20억원, 다운나라 조달 대출금 40억원 등 총 60억원이 투입되고 직원까지 신규로 채용했지만 제2생산라인에서는 아무런 물량도 생산하지 못한 채 1년6개월을 허비해야 했다.

결국 다운나라는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2014년 2월 말경 기업회생 신청을 하고 말았다.

특히 도레이 케미칼은 다운나라의 회생절차가 시작되자 발주 계약을 해지하고 임시 계약으로 전환한 후 매달 임가공료에서 20억원 선급금을 회수해 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14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수해간 채권 규모는 8억3000여만원에 달한다.

다운나라는 지난 6월 도레이 케미칼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4인을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배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도레이 케미칼은 불법채권추심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임가공 계약 이행은 물론 불법으로 회수해간 8억3000여만원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다운나라 윤모(56세) 대표는 “도레이 케미칼이 한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자신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나의 향후 행동에 법적인 책임이 따른다 해도 끝까지 불법 추심한 채권을 반드시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나라의 서울 본사 영업·관리직 임직원은 이미 퇴사하고 구미공장 임직원도 전원 해고통지서가 발송돼 이달 말 공장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도레이 케미칼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변호인 답변서를 통해 “20억원 선급금은 다운나라 윤모 대표의 제안으로 지급했다”면서 “임가공료에서 선급금을 회수한 것도 변제 방안으로 제안한 단가 15% 인하를 내용으로 계약 갱신에 따른 반환명목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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