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가 창조하는 인간의 다양한 행동들…『슬픈 불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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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가 창조하는 인간의 다양한 행동들…『슬픈 불멸주의자』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6.11.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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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인간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한다. 창조적인 예술작품이나 사회적 업적, 자기 이름을 딴 건물이나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과 유전자 또는 타인의 기억을 통해 세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다.

심지어 묘비를 세워서라도 상징적 불멸성(symbolic immortality)을 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 문화는 자신이 어떤 위대한 존재의 일부이며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존재할 것이라는 상징적 불멸성의 희망을 심어준다. 이 때문에 뜻있는 집단에 속하고자 애쓰고 활동에 전념하게 한다.

이는 자신이 속한 문화 안에서 꼭 필요한 일원이라고 느껴야 한다는 자존감, 즉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의미 있는 세계에 기여하고 있는 가치 있는 참여자라는 느낌이다. 이러한 느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극심한 공포, 즉 죽음의 공포를 다스리는 힘이 되기도 한다.

신간 『슬픈 불멸주의자』(흐름출판)는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어떻게 가장 고귀한 인간 행동이나 가장 비도덕적인 인간 행동 양쪽 모두의 기저를 이루는지를 밝히고 있다. 또 이러한 통찰이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고도의 자기인식(self-awareness)과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며 생각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이기도 하다.

즉 대뇌 신피질이 확장되고 복잡하게 발달한 덕분에 오직 인간만이 눈앞에 죽음이 닥칠 기미가 전혀 없는데도 죽음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세상과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흑백 논리의 사물 체계인 ‘절벽(rock)’ 세계관과 애매모호함을 수용하고 모든 신념은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내포한다고 인정하는 ‘소용돌이(hard place)’ 세계관이다.

절벽 세계관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악의 세계를 제거하려는 독선적 개혁 운동의 희생자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힌다. 반면 소용돌이 세계관은 연민이 넘치는 세계관이지만 죽음 불안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자들은 이들 두 개의 세계관 사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타자를 인정하는 관용적인 세계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책에서는 인간이 죽음의 공포에 대응할 때 두 가지 심리적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죽음을 의식하는 경우 ‘중심 방어(proximal defense)’가 활성화되고 죽음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경우 ‘말단 방어(distal defense)’가 활성화된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접한 후 운전 속도를 줄이는 것은 효과적인 중심 방어 대책이며 운전을 하기 전 자의식을 약화시키기 위해 독한 술을 몇 잔 걸치는 행동은 그렇지 않다.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여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자존감을 증대시키는 바람직한 말단 방어이며 명품 소비에 빠지는 것은 그렇지 않다.

30여년간 500건이 넘는 연구관찰과 실험을 통해 ‘공포 관리 이론(TMT)’을 정립한 저자들은 “죽음의 공포는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이라면서 인간행동의 원인을 논하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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