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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의 ‘결정장애’
한정곤 기자  |  jkhan@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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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9  16: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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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대통령은 지금까지 무엇을 결정했을까?”

오늘(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보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는 사람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고민은 했지만 그 결과물은 없었다는 것인가. 자신이 고민한 결과물은 결국 국회가 내놓으라는 게 이날 담화의 핵심이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는 물론 대선 후보시절에도 사적인 관계인 최순실이라는 비선을 통해 사실상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다. 오죽했으면 외신에서조차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로봇 조종하듯이 앉아있었을까.

2차 담화에서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사이비 종교’니 ‘굿판’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적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이 아니라 사적인 비선을 통한 비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오늘날 대통령을 이 지경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담화라는 이날 담화에서마저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또 남에게 미뤘다. 이번에는 최순실이 아니라 국회였다.

소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으로 한창 떠들썩했던 2년여 전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 J씨는 “박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굳이 자신이 무엇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의 딸로 살면서 모든 것을 청와대 비서들이 챙겨주었고 심지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눈빛만으로 영애가 필요한 것들을 알아차렸다.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고 고민의 결과물인 어떠한 결정도 자신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J씨는 “어쩌면 대통령은 ‘결정장애’을 앓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며 “오히려 십상시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들”이라고까지 했다.

실제 이날 담화에서도 대통령은 짬뽕(퇴진)이냐, 짜장(탄핵)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십상시나 최순실 등 이미 사라져 버린 측근들이 아니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갑론을박 숱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마지막 단 한 번이라도 국민 앞에 자신의 결정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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