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상’이 먹히는 미국의 안티엘리트 풍조 해부…『반지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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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현상’이 먹히는 미국의 안티엘리트 풍조 해부…『반지성주의』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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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승리는 대중의 지지를 얻은 이른바 정치 아마추어가 주류인 지적 엘리트를 꺾고 정치를 변경하는 역사의 반복을 다시 증명했다.

아이젠하워, 레이건, 조지 부시 등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미국 정치의 전환기에 반지성주의가 등장하는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일본 국제기독교대학의 모리모토 안리 교수도 그 원인을 미국 사회의 반지성주의에서 찾았다.

여기서 반지성주의는 ‘지성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다. 기성의 권위가 대중의 요구와 동떨어진 정치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을 원동력으로 하는 반권위주의가 반지성주의의 기초라는 말이다.

안리 교수는 저서 『반지성주의: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세종서적)에서 미국의 종교사를 풀어헤쳐 나가면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미국 반지성주의의 역사는 미국 기독교, 그중에서도 개신교의 역사와 직결된다. 미국 개신교가 토착화하면서 극적으로 변질되는 과정이 곧 미국 반지성주의 역사다.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은 독립 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신앙부흥운동(revivalism)이다. 여기에 원시적인 대자연과 결합된 미국 특유의 철학, 철저한 평등주의, 잭슨 민주주의, 실리주의 등도 더해지며 반지성주의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런 과정에서 찰스 피니, 드와이트 무디, 빌리 선데이 같은 소위 반지성주의 영웅들도 배출됐다.

18세기 최초의 신앙부흥운동은 초기 미국 개신교의 주류였던 청교도의 극단적인 지성주의에 반발해 일어났다. 원래 고도로 지성을 중시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동으로 강렬한 반지성주의도 생겨난 것이다.

당시는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처럼 대규모 장외 집회가 곳곳에서 이뤄졌다. 이때 순회설교사나 사기꾼 행태의 설교사가 탄생했다.

저자에 따르면 최초의 리바이벌은 ‘미국인’이라는 의식을 싹트게 하고 30년 후의 독립 혁명의 배경이 되었다.

제2차 신앙부흥운동은 광활한 국토를 얻어 서부개척이 활발한 19세기에 일어난다. 교회가 없는 서부로 이주한 민중에게 감리교와 침례교 등의 순회전도사들이 설교를 하러 돌아다니며 이 리바이벌을 이끌었다. 제2차 신앙부흥운동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노예제폐지운동, 여권신장운동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에는 신앙과 비즈니스가 융합되면서 제3차 신앙부흥운동이 찾아온다. 신앙은 음악과 결합해 점차 오락화된다. 현재도 활발한 텔레비전 전도사가 여기서 유래한다.

 

원래 부와 권력에 대한 민중의 반감을 기반으로 등장한 반지성주의 영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대기업과 권력에 포섭되고 만다. 자기계발 열풍이 불면서 ‘긍정병’으로까지 불리는 ‘긍정의 힘’을 유독 강조하는 정서도 이때 나타난다.

신앙부흥운동을 일으킨 순회 전도사들은 소박한 복음 메시지를 외치며 건국 이전의 미국 전역을 석권한다. ‘신의 행상인’ 화이트 필드, 생애에 50만 명을 회심하게 하고 노예제 폐지에 기여한 피니, 신앙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19세기 말의 무디 그리고 야구선수에서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극장형 설교’로 대통령 친구까지 된 20세기 초의 빌리 선데이 등등이 그들이다.

저자는 “그동안 반지성주의의 역사에서 등장한 사건과 인물을 재조정하면서 각각에 걸맞는 새로운 해석과 평가를 제시하고 전체 역사의 흐름 안에서 위상을 재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반지성주의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지는지도 자연히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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