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들여다본 중국 왕조의 경제·문화사…『중국 화폐의 역사』
상태바
화폐로 들여다본 중국 왕조의 경제·문화사…『중국 화폐의 역사』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01.24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폐에는 경제적 기능 외에 문화적 요소들이 농축돼 있다. 각국의 지폐나 주화에는 갖가지 액면의 화폐마다 다양한 서체의 문자와 숫자들과 함께 서로 다른 인물 초상·도안·역사적 기물 등의 형상이 인쇄·주조돼 있다.

이러한 인물·기물들은 그 시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서법(書法)이 예술로 중요한 지위를 누려왔던 중국에서는 화폐에 담겨 있는 다양한 서체들이 예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폐의 역사가 당대의 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신간 『중국 화폐의 역사』(다른생각)은 5000여년에 걸친 중국 화폐의 변천사를 다양한 컬러 도판들과 함께 정리한 책이다.

역대 중국의 각 왕조들이 발행한 수많은 화폐들의 발행 동기, 제원, 과정, 화폐에 얽힌 일화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역대 중국의 왕조들은 다양한 이유로 수많은 화폐들을 발행했다. 새로운 왕조가 수립됐을 때 개국을 기념하고 같은 왕조대 내에서도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연호(年號)전을 발행한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남발한 경우도 있었다. 잦은 대외 정벌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재정이 바닥났을 때에는 우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품질이 불량한 화폐를 대량으로 남발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 다시 새로운 화폐를 발행해 위기를 모면해보려 했다.

선진(先秦) 시기 처음 출현한 화폐의 재료는 천연 조개껍데기였다. 이후 동(銅)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성분은 순동(純銅)과 청동(靑銅)이 사용됐다.

청동의 경우 혼합 재료의 비율에 따라 품질이 각양각색이었다. 재료가 부족했을 때는 납을 많이 혼합해 품질이 낮은 화폐를 발행해 백성들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지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으며 청대(淸代) 말기에는 은(銀)이 본위화폐로 자리 잡았던 적도 있었고 일부 기념화폐로 금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형태는 천연 조개껍데기인 패폐(貝幣)에서 이후 칼처럼 생긴 도폐(刀幣)나 삽처럼 생긴 포폐(布幣)가 등장했고 왕망(王莽) 시기에는 오늘날의 열쇠처럼 생긴 오수전(五銖錢)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화폐들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화폐들은 모서리가 있어 몸에 상처를 내기도 했고 무거워 휴대하기도 불편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되지 못했다.

방공원전(方孔圓錢: 가운데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둥근 형태의 동전)이 등장해 장구한 기간 동안 화폐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사용됐으며 원(元)·명(明) 시기에는 잠시 지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역시 오래 사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다시 구멍이 없는 원전(圓錢)이 등장하면서 금속화폐의 최종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에는 중국내 여러 소수민족들이 발행한 대표적인 화폐들과 화전(花錢: 형태는 화폐지만 실제로는 돈이 아니라 장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일종의 모조 화폐들)들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