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에스아이티글로벌 매각…현대디엘 80억원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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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에스아이티글로벌 매각…현대디엘 80억원에 인수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4.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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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핫 키워드] 현대디엘 유상증자 통해 자금 수혈…상장폐지 모면
▲ 에스아이티글로벌을 8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도어 록 전문 제조업체 현대디엘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박철성의 핫 키워드] 현대디엘 유상증자 통해 자금 수혈…상장폐지 모면

희대의 주가조작으로 곤혹을 치른 에스아이티글로벌이 뽑아 든 개선안은 매각이었다. 도어 록 전문 제조업체 현대디엘이 8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에스아이티글로벌 매각은 지난 3일 대여형식의 계약금 2억원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금전소비대차약정서’라는 제목의 2억원 영수증에는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수도 계약에 따른 계약금으로 대체한다”고 명시돼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의 매각은 그간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인수를 위해 매각 대금으로 100억원을 제시한 K기업과 80억원을 제시한 현대디엘이 경합했다. 더욱이 K기업이 당장 일시금 100억원에 대해 에스크로를 걸겠다고 나섰다.

매수에 나선 두 기업 간 금액 차이는 20억원. 하지만 많은 액수를 제시했던 K기업은 보호예수기간을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액은 적지만 보호예수 기간을 받아들인 현대디엘이 에스아이티글로벌의 새 주인으로 결정된 것이다. 매각 건은 현 경영진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 와중에 K기업의 손을 드는 권 모 사외이사와 현 경영진 간의 마찰이 모 매체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권 모 사외이사와 에스아이티글로벌 현 경영진 간의 대립은 ‘음모론’으로까지 불거졌다.

“말도 안 되는 거짓이다 vs 회사에 잘못을 해 해임돼야 마땅하다”는 이들의 진실게임은 지금도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겪었던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일명 ‘구치소 경영’을 했다. 세인에겐 낯설지만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구치소 경영’은 한 모 전 대표가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5~6차례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남부구치소에서는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구치소 이사회’가 열렸다. 한 평 남짓 접견실이 그들의 이사회 장소였다. 면회시간 단 10분 동안 진행된 이사회였다. 남부구치소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구속 수감된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이사회는 구속수감 중인 한 모 전 대표를 비롯해 김 모 현 대표와 사외이사 자격으로 전 주일대사를 지낸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권 모 이사 그리고 국방부 조사본부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 백 모 이사가 참석했다.

장 모 사내이사도 동행했다. 하지만 면회 인원이 3명으로 제한돼 장 모 사내이사는 접견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구치소 이사회’는 오는 5월10일 임시주주총회 소집 정정 상정내용을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권 모 이사의 해임안과 사내이사 선임이 주된 내용이다.

이날 한 모 전 대표는 “권 모 이사의 해임은 절대 안 된다”면서 “사임으로 처리하되 밀린 급여와 퇴직금 정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총 때 이사와 감사선임에 대한 상정도 결정, 이를 공시했다.

이번 임시 주총에 상정될 선임 사내·외 이사와 감사는 모두 7명. 공시를 통해 사내이사 4인과 사외이사 2인, 감사 1인으로 확인됐다. 에스아이티글로벌 인수사의 대표와 관계자가 명단에 포함돼 있다.

거래소에 제출해 단독 입수한 에스아이티글로벌의 개선계획안도 이런 매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디엘이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아이티글로벌에 자금 수혈을 하고 이사로 선임될 박 모 씨를 통해 자금을 동원한다는 게 그 골자다.

공시를 통해서도 이런 내용은 확인됐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지난 13일 현대디엘이 2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제3자 배정증자를 통해 발생한 이번 유증에 대해 에스아이티글로벌 측은 “긴급히 자금을 조달하여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과 “기존사업의 강화(계약이행 보증 및 담보능력 제고 등) 및 인력충원 등, 신규 사업의 지원이 그 목적”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로써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매각 계약금 2억원과 대여금 형식의 중도금 8억원, 이번 유증을 통한 20억원까지 모두 30억원의 자금이 발생했다. 매각대금 중 나머지 50억원의 잔금은 개선 기간 종료 1개월 전에 유상증자를 통해 마무리한다는 계약이다. 또한, 유증은 모두 3년간의 보호예수기간을 두기로 정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개선 기간 종료일인 내년 3월12일부터 일주일 안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계획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부터 15일 안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결정하게 된다.

아무튼 주가조작 사건으로 그동안 억장 무너졌던 개인투자자들에겐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요구되지만 당장 상장폐지는 모면했다.

또한 개선기간을 통해 향후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도 제시됐다.

한편 검찰이 IT업체 에스아이티글로벌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동 사채업계 '큰손' 최 모씨(56)를 구속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채업자 최 모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최 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에스아이티글로벌 이 모 전 회장(51·구속기소), 한 모 전 대표의 이 회사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최 모씨는 주가조작에 사용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모씨와 한 모 전 대표에게 범행에 필요한 150억원의 ‘종잣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가로 넘겨받은 에스아이티글로벌 주식을 처분해 7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이 모 전 회장과 한 모 전 대표 등 주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일단락한 검찰은 핵심 인물인 최 모씨까지 기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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