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과 지식보다는 음덕(陰德)을 물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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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과 지식보다는 음덕(陰德)을 물려줘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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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⑥
▲ 북송(北宋) 시대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학자이며 역사가였던 사마광.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司馬溫公曰(사마온공왈) 積金以遺子孫(적금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守(능진수)요 積書以遺子孫(적서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讀(능진독)이니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불여적음덕어명명지중)하여 以爲子孫之計也(이위자손지계야)니라.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금전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고 해도 그 자손이 그 금전을 반드시 다 지킨다고 할 수 없다. 서책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고 해도 그 자손이 그 서책을 반드시 다 읽는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음덕(陰德: 남모르는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앞날의 계획으로 삼는 것만 못하다고 하겠다.”)

사마온공은 북송(北宋) 시대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학자이며 역사가였던 사마광을 말한다. 그가 죽고 난 다음 온국공(溫國公)에 봉해졌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그를 사마온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마광은 신종(神宗) 때 왕안석의 변법 개혁운동을 좌절시킨 구법당(舊法黨)의 수장으로 이름을 날린 보수정치가이기도 했지만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 역사서의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자치통감(資治通鑑)』을 남긴 학자이자 역사가이기도 했다.

『자치통감』은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송(宋)나라 건국까지 1362년간(BC 403년~AD 959년)의 중국사를 294권 300만자로 기록한 방대한 규모의 역사책이다. 중국의 역사학자들 가운데에는 “사마천의 『사기』는 문학가가 쓴 역사이고, 『자치통감』은 정치가가 쓴 역사”라고 구분하면서 역사적 진실성과 객관성 그리고 학술적 가치에 있어서 『사기』보다 『자치통감』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사마광은 보수 정치가이자 학자답게 유학의 이념 가운데에서도 충효사상을 특히 강조했는데, 이 같은 그의 생각은 또 다른 저서인 『가범(家範): 가정의 모범』에 잘 나타나 있다.

자손의 미래를 계획한다면 금전과 서책을 쌓아서 물려주려고 하기보다는 음덕을 쌓아서 물려주라는 사마광의 훈계는 『가범』 제2권의 ‘할아버지〔祖〕’라는 항목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서 사마온공은 이렇게 말한다.

“자손들을 위해 계획을 세운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물을 쌓아서 물려주는 것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긴다. 그래서 방대한 규모의 전답(田畓)과 이곳저곳에 여러 저택을 소유하고, 금은과 비단이 상자에 가득 차고, 곡식이 창고에 넘쳐 나서 여러 대에 걸쳐 쓰고도 다 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물 쌓는 일에만 전념하고 덕(德)과 예(禮)와 의(義)로 자손들을 가르치지 않게 되면 수십 년간 힘들여 모은 재물을 자손들은 사치와 방탕으로 모두 없애버리기 쉽다. 그러면서도 재물을 모으느라 온갖 고생을 겪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가리켜 스스로 즐길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는가 하면 인색하다고 원망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신에게 아무런 사랑과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고 학대까지 한다.

더욱이 처음에는 집안의 재물을 빼돌리고 속여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죽고 나면 갚는다는 조건으로 빚을 내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곤 한다. 이러한 까닭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빨리 죽어서 자신이 재물을 다 차지하려는 마음만이 가득 차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자손들을 이롭게 할 생각으로 재물을 모은다는 사람은 오히려 자손들의 나쁜 짓을 도와서 스스로 재앙을 만드는 꼴일 뿐이다. 자손들이 의롭지 못하고 어질지 않다면 재물이 집안 가득 쌓여 있다고 해도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자손들이 의롭고 어질고 현명하다면 거친 밥이나 거친 베옷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굶주림과 추위 때문에 불행과 죽음에 이르겠는가?

옛적 현인(賢人)과 성인(聖人)들도 자손들을 위해 마땅히 계획을 세웠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물을 쌓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데 온힘을 쏟을 때 그들은 자신의 자손들에게 덕(德)과 예(禮)를 남겨주고 염치와 검소함을 물려주었다. 이러한 까닭에 순(舜)임금은 지극히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덕을 쌓아서 제왕의 지위에 올랐고, 또한 덕과 예를 남겨서 자손을 보호하고 여러 대에 이르도록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결국 사마광의 가르침은 재물보다는 덕과 예를 물려주는 것이 자손의 앞날을 위해 더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다.

서책, 즉 지식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뛰어난 학자일지라도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자손들에게 다 물려줄 수 없다. 자손은 그들 자신의 국량(局量), 즉 그릇 만큼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활용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식과 지혜는 자손들에게 이로움을 남겨주기 어렵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욕심과는 다르게 자손들 중에는 아무리 가르쳐도 학문의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만큼 아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서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직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쌓아놓은 덕(德: 덕성)과 예(禮: 예의)와 인(仁: 어짐)과 의(義: 의로움)만이 두고두고 자손들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사마광이 『가범』에 남긴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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