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쁘게 하지 않는데 누가 나에게 나쁘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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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쁘게 하지 않는데 누가 나에게 나쁘게 하겠는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4.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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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⑧
▲ 구한말 김준근의 풍속화 ‘수박치는 모습’

[명심보감 인문학]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莊子曰(장자왈) 於我善者(어아선자)도 我亦善之(아역선지)하고 於我惡者(어아악자)도 我亦善之(아역선지)니라 我旣於人(아기어인)에 無惡(무악)이면 人能於我(인능어아)에 無惡哉(무악재)인저.
(장자가 말하였다. “나에게 착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그를 착하게 대하고, 나에게 악하게 하는 사람에게도 나는 또한 착하게 대할 것이다. 내가 이미 그 사람에게 악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 역시 나에게 악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명심보감』에 수록되어 있는 장자의 말은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장자의 언행록인 『장자(莊子)』의 내편(內篇)과 외편(外篇)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현재 『장자』에서 유실된 내용이 『명심보감』을 편찬할 당시에는 남아 있었거나 혹은 다른 서적과 문헌에 남아 있는 장자의 언행을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모아서 남겼다고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아무튼 나에게 선하게 하는 사람에게 선하게 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에게 악하게 하는 사람에게까지 선하게 하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보통 사람의 경계를 넘어선 현인 혹은 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장자는 우리에게 보통 사람의 경계를 넘어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설령 그러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도 자신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니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공자의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린다.

“己所不欲(기소불욕)을 勿施於人(물시어인)하라.”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덕행으로 이름이 높았던 제자 중궁(仲弓)이 ‘인(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인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내가 겪거나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 역시 겪고 싶지도 당하고 싶지도 않은 일일 것이다.

단언하건대 악한 일이나 나쁜 일을 겪거나 당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 자신은 겪거나 당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사악하고 나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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