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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를 낳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네”[명심보감 인문학] 제4강 효행편(孝行篇)…효도를 실천하라①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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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1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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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4강 효행편(孝行篇)…효도를 실천하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詩曰(시왈)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셨네 哀哀父母(애애부모)여 生我劬勞(생아구로)하셨네 欲報之德(욕보지덕)이나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
(『시경』에서 말하였다. “아버지 나를 낳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네. 슬프고도 슬프구나,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느라 애쓰며 수고하셨네. 그 은혜 갚으려 해도 하늘보다 높고 넓어 끝이 없어라.”)

이 구절은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실려 있는 ‘육아(蓼莪: 길고 큰 다북쑥)’라는 제목의 시이다. 『시경』은 공자가 편찬한 중국 고대의 시가집이자 민요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 책에는 가장 존귀한 신분인 제왕에서부터 가장 미천한 신분인 이름 없는 민초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의 감정과 심정을 담은 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육아’ 역시 이름 없는 민초가 지은 시를 엮어 『시경』에 실어놓은 것이다. 『시경』에 실려 있는 시의 전문을 옮기면 이렇다.

蓼蓼者莪 匪莪伊蒿 길고 크게 자란 다북쑥, 다북쑥 아닌 약쑥이네.
哀哀父母 生我劬勞 슬프고도 슬프구나,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느라 애쓰며 수고하셨네.
蓼蓼者莪 匪莪伊蔚 길고 크게 자란 다북쑥, 다북쑥 아닌 제비쑥이네.
哀哀父母 生我勞瘁 슬프고도 슬프구나,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느라 애쓰며 수고하셨네.

缾之罄矣 維罍之恥 작은 술병 비어 있으면 술항아리의 수치로다.
鮮民之生 不如死之久矣 가난하고 부모 없는 민초의 삶은 일찍 죽는 것만 못하네.
無父何怙 無母何恃 아버지 안 계신데 누구를 의지하고, 어머니 안 계신데 누구를 믿을까.
出則銜恤 入則靡至 집밖에 나가도 근심 걱정 집안에 들어와도 마음 둘 곳 없구나.

父兮生我 母兮鞠我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네.
拊我畜我 長我育我 나를 어루만지고 나를 기르시며 나를 키우고 나를 보살펴주셨네.
顧我復我 出入腹我 나를 돌보시고 또 돌보시며 들고 날며 나를 돌보셨네.
欲報之德 昊天罔極 그 은혜 갚으려 해도 하늘보다 높고 넓어 끝이 없어라.

南山烈烈 飄風發發 크고 높은 남산 사나운 바람 휘몰아치네.
民莫不穀 我獨何害 백성은 좋지 않은 사람이 없건만 어찌 나만 홀로 해로움뿐인가.

南山律律 飄風弗弗 우뚝 솟은 남산 회오리바람 휘몰아치네.
民莫不穀 我獨不卒 백성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 없건만 나만 홀로 부모님 봉양하지 못하네.

그런데 『명심보감』에 인용해 놓은 구절만 읽으면, 이 시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효에 대한 보편적인 윤리와 덕목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시를 지은 작자의 사연을 들으면 여기에는 권력자의 무자비한 횡포와 핍박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도 모실 수 없는 민초들의 서글픔과 원통함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국 고대 민초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부역(賦役)과 군역(軍役)이었다. 부역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제왕과 제후들이 추진하는 각종 공사에 불려나가 강제 노역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군역 역시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제왕과 제후들이 벌이는 각종 전쟁에 강제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육아’는 바로 앞서 언급했던 주나라의 폭군 유왕의 학정으로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부역(혹은 군역)으로 멀리 나가 있는 바람에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어떤 사람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집으로 돌아와 그 서글프고 원통한 심정을 읊은 시이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효도해야 한다는 윤리와 덕목을 무작정 가르치기 보다는 부모님을 모시며 살고 싶다는 가장 소박한 소망마저도 이루기 힘들었던 힘없고 가난한 민초의 처지와 심정을 온전히 공감할 때에야 비로소 효도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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