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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등 간장회사의 이중잣대
한정곤 기자  |  jkhan@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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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6  11: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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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이 지난달 유아 간장을 출시했다. 100% 국산콩으로 발효한 간장으로 일반 한식간장보다 염도를 반으로 낮추고 합성화합물도 첨가하지 않았다며 이유식 간장으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샘표식품은 우리나라 최대의 간장 제조업체로 지난 70년간 간장 맛을 주도해 왔다.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발효와 장, 더 나아가 한식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바로 가짜간장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산분해간장을 가장 많이 파는 곳이 샘표식품라는 사실이다.

간장은 제조 방식에 따라 한식간장(조선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등으로 나뉜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메주를 띄워 소금물을 섞은 다음 발효·숙성시켜 만드는 것이 한식간장이며 메주 대신 콩(대두)이나 지방을 뺀 콩(탈지대두)에 밀가루를 섞은 다음 이를 발효·숙성시켜 만들면 양조간장이 된다.

반면 산분해간장은 화학적 방법으로 2~3일 만에 속성으로 만드는 간장이다. 탈지대두를 식용염산 등 산(酸)으로 분해시킨 다음 생성된 액체를 가성소다 등으로 중화해 만들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쉽고 값도 싸다.

소비자들에게는 산분해라는 이름이 낯설다. 혼합간장이라는 명칭 속에 산분해간장을 숨겨 왔기 때문이다. 산분해간장 99%에 양조간장 1%만 섞어도 혼합간장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산분해간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콩을 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3-MCPD는 염산으로 분해하는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화합물이다. 우리나라는 산분해간장 속 3-MCPD 허용치를 0.3㎎/㎏으로 정해 놓았다. 대부분의 간장업체는 기준치보다 낮게 만들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하지만 최근에도 발암물질인 3-MCPD가 기준치 이상 나온 삼화간장의 혼합간장 제품이 식약처에 의해 전량 폐기된 일이 있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유럽연합(EU)은 0.02㎎/㎏으로 우리보다 그 기준이 훨씬 낮다. 한국은 간장 섭취율이 어느 나라보다 많지만 기준수치가 유럽에 비해 높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산분해간장이라는 명칭 자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발효 과정 없이 염산으로 글루텐을 분해한 제조과정으로 인해 간장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근본적으로 발효 없이 만든 간장은 ‘간장맛소스’라는 명칭이 더 정확하다고까지 말한다.

현재 시중에는 이같은 산분해간장을 양조간장 또는 한식간장과 혼합한 혼합간장의 점유율이 51%에 달한다. 국내 간장 판매량의 55.8%를 차지하고 있는 샘표식품이 1등 제품으로 자랑하는 진간장 금F3, 금S도 모두 혼합간장이다.

간장종주국 대한민국에서 1등 간장회사를 자처하는 샘표는 과연 비전에 걸맞는 행보를 하고 있는지 이번 유아 간장 출시를 계기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

샘표는 위해성 저감기술에 집중 투자해 국내 기준은 물론 유럽연합 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산분해간장의 3-MCPD 발생량을 낮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유아용 간장에는 산분해간장을 섞지 않고 굳이 한식간장을 출시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지난 70여년 동안 샘표를 성장시킨 주력 제품이 산분해간장을 혼합한 제품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샘표가 유아에게는 산분해혼합간장보다 한식간장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져 스스로 유해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지 이중잣대가 느껴지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지나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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