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심하면 기운이 상하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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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심하면 기운이 상하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상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6.0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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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⑩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⑩

[한정주=역사평론가] 孫眞人(손진인) 養生銘云(양생명운) 怒甚偏傷氣(노심편상기)요 思多太損神(사대태손신)이라 神疲心易役(신피심이역)이요 氣弱病相因(기약병상인)이라 勿使悲歡極(물사비환극)하고 當令飮食均(당령음식균)하며 再三防夜醉(재삼방야취)하고 第一戒晨嗔(제일계신진)하라.

(손진인의 <양생명>에서 말하였다. “화를 심하게 내면 기운이 상하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크게 상한다. 정신이 피로하면 마음이 쉽게 지치고, 기운이 약해지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말고, 마땅히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두 번 세 번 술을 마셔 취하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 앞서 새벽녘에 화를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진인(眞人)’은 오로지 도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근원적인 도(道), 곧 진리를 체득한 사람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도사(道士)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손진인은 손씨 성의 진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제자백가 중 도가사상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보존하며 장수하는 비법 또는 비술이라고 할 수 있는 양생법(養生法)과 양생술(養生術)을 탐구하는 것을 그 핵심 요체로 하고 있다.

여기 손진인의 <양생명>또한-‘양생하는 법을 기록한 짧은 글’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양생법과 양생술은 초기 사상가인 노자와 장자가 보여준 정치사상적 혹은 사회철학적 특징이 점점 퇴색해가면서 후대의 도가사상가들 사이에서 점차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아나갔다.

특히 도가사상이 크게 유행한 위진남북조시대로 오면 양생법과 양생술이 더욱 확산되고 발전하는데 동진(東晋)의 갈홍(284~364년)이 지은 『포박자』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자』나 『장자』 혹은 앞서 소개한 『열자』와 『포박자』를 비교해 읽어보면 과연 이 책들을 도가라는 하나의 사상으로 뭉텅 그려 묶어도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것이다.

더욱이 도가의 양생법과 양생술이 위진남북조시대 내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가는 갈홍보다 250~300년 뒤늦은 위진남북조시대 말기 때 사람인 안지추(531〜591년?)가 지은 책인 『안씨가훈(顔氏家訓)』을 통해 재차 확인해볼 수 있다.

책에서 안지추는 신선술, 즉 불로장생한다는 도가의 양생법과 양생술을 모두 속임수로 볼 수는 없다면서 “정신을 양성하는 방법,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 잠자리에 드는 것과 일어나는 것을 절도 있게 하는 방법, 추위와 더위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방법, 음식을 섭취할 때 금기해야 할 사항, 약물을 적당하게 복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장수를 누리고 요절하지 않도록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 『명심보감』에 실린 손진인의 <양생명>에 나오는 양생법과 『안씨가훈』에서 밝히고 있는 양생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가의 양생법이 아닌 유가(儒家)에서 주장한 양생법은 어떤 모습일까?

사마광과 동시대 사람으로 북송 때 재상을 지낸 여공저가 말한 ‘치심양성(治心養性)’, 즉 ‘마음을 다스리고 본성을 기르는 것’이 바로 유가에서 근본으로 삼은 양생법이다.

기호(嗜好)와 욕망을 억제하는 것, 지나치게 맛있는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 것, 말을 빨리하지 않는 것, 얼굴빛을 수시로 바꾸지 않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 다급하게 걸음을 걷지 않는 것, 게으르게 생활하지 않는 것, 조롱과 비웃음과 저속하고 상스러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 세상의 이로움과 화려한 소리와 기예와 연회를 추구하지 않는 것, 도박과 기이한 사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 담박하게 생활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공저의 양생법은 조선의 제9대 임금 성종(成宗)의 어머니이자 소혜왕후(昭惠王后) 또는 인수대비(仁粹大妃)라고 불리는 한씨(韓氏)가 편찬한 『내훈(內訓)』 <언행장(言行章)>에 수록돼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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