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담백하게, 마음은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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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담백하게, 마음은 맑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6.03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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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⑪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⑪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曰(경행록왈) 食淡精神爽(식담정신상)이요 心淸夢寐安(심청몽매안)이니라 定心應物(정심응물)하면 雖不讀書(수불독서)라도 可以爲有德君子(가이위유덕군자)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음식이 담백하면 정신이 상쾌하고, 마음이 맑으면 꿈자리가 편안하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물에 대응하면 비록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덕이 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

‘음식이 담백(淡白)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담백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또는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는 것이다. 음식의 맛을 좇지 않고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즐겨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식탐(食貪)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 ‘담백한 음식’은 고량진미(膏粱珍味), 곧 기름지고 맛좋은 육식(肉食: 고기와 생선) 위주의 식사가 아닌 채소와 나물 위주의 식사를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맹자는 음식에 대한 탐욕이 있는 사람을 군자는 천박하게 여긴다고 했다. 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음식은 작은 것에 불과한데 작은 것에 지나치게 마음을 쏟다보면 인의(仁義)와 같은 큰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자는 “음식을 먹을 때는 배부르게 먹어서는 안 되고, 생활할 때는 편안하게 거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요즈음 유행하는 건강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름지고 맛좋은 음식을 멀리하고 음식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배부르게 먹지 않는다면 몸은 가볍고 정신은 상쾌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럼 ‘마음을 맑게 해 안정시킨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여기에서도 맹자의 말을 참조해볼 만하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學問之道(학문지도)는 無他(무타)라 求其放心而已矣(구기방심이이의)니라.” 그 뜻은 “배움의 도리는 다른 것이 없다. 그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을 구하는 것일 뿐이다”는 것이다.

배움의 도리는 구방심(求放心), 곧 ‘어지러이 흐트러진 마음’을 구해서 마음을 맑게 하고 안정시키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특별히 율곡 이이는 앞서 언급했던 『성학집요』에서 ‘어지러이 흐트러진 마음’ 가운데에서도 가장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 “밑도 끝도 없이 불현듯 어지럽게 일어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뜬 구름 같은 생각〔浮念〕’”이라고 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뜬 구름 같은 생각’ 때문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뜬구름처럼 제멋대로 떠도는 생각을 다스려서 마음을 맑게 하고 안정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율곡은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경건한 마음을 잠시라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배움을 닦을 때나 사람을 대할 때는 물론 모든 일과 사물을 대할 때 항상 공경하고 겸손하며 삼가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일을 할 때는 하는 일에 집중하고 쉬고 있을 때 생각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 생각이 무엇인가 살피고 헤아린다는 것이다. 만약 사악(邪惡)한 생각이면 과감하게 끊어버려서 털끝만 한 싹이라도 마음속에 남겨두지 않아야 하고, 선(善)한 생각이고 마땅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면 그 이치를 탐구하고 또한 드러내 밝혀야 한다.

셋째, 뜬구름과 같은 생각을 끊어내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어내고자 하는 마음 역시 뜬구름과 같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이 어지럽게 일어나면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서 그것이 뜬구름과 같은 생각임을 알고 끌려가지 않도록 하면 저절로 점차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밤낮으로 힘쓰되 절대로 빨리 그 효과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힘을 얻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히거나 무료해질 때에는 반드시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속을 깨끗이 해서 한 오라기의 잡념도 없게 해야 한다. 그렇게 기상을 맑고 조화롭게 하는 일을 오래오래 익혀서 엉기고 안정되면 늘 자신의 마음이 우뚝 서 있어서 외물(外物)의 자극과 욕망에 이끌리거나 얽매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구태여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감히 배웠다고 말할 수 있고 또한 누구나 덕이 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율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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