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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으키는 세 가지 재앙”[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⑭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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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08: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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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사상가 순자.

[명심보감 인문학] 제5강 정기편(正己篇)…몸을 바르게 하라⑭

[한정주=역사평론가] 荀子曰(순자왈) 無用之辯(무용지변)과 不急之察(불급지찰)은 棄而勿治(기이물치)이라.

(순자가 말하였다. “아무 쓸모없는 말과 급히 살펴도 되지 않은 일은 그냥 버려두고 신경 쓰지 말라.”)

춘추전국시대 제후들은 침략과 정복 전쟁, 부국강병에만 국력을 쏟은 것이 아니라 국가의 학문과 문화 역량을 높이는 데에도 큰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시대 중기 제(齊)나라 위왕(威王)과 선왕(宣王)이 세운 직하학사(稷下學舍)이다.

위왕과 선왕은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의 13개 성문 가운데 서쪽 문인 직문(稷門) 아래 대규모의 학자 단지를 세우고 뛰어난 학문과 재능을 가진 각지의 선비들을 초빙하여 우대했다. 전국시대에 이름깨나 알린 대학자치고 이곳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직하의 학사(學士)’라고 하여 크게 존경을 받았다.

맹자도 한때 이곳에 머무른 것으로 보아 그 학문적 명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이곳 직하의 학사들 중 제주(祭主)는 제사의 책임자일 뿐 아니라 학문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이 직하의 학사들 중 가장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사상가로 익히 알려져 있는 순자이다.

기록에 따르면 순자는 직하학사(稷下學舍)에서 최고의 권위와 존경을 누린 제주의 직위를 3차례나 역임했다고 한다. 순자는 당대 최고의 석학으로 학문의 중심지이자 최고의 권위를 가진 직하의 학사(學士)들을 거느리면서 크게 명성을 떨쳤던 것이다.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는 기원전 372년경에 태어났고 순자는 기원전 335년경에 태어났다. 순자가 맹자보다 30여년 후에 태어난 셈이다. 맹자는 기원전 289년경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때 순자의 나이는 50세 전후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50세 전후의 나이는 이미 자신의 학문 세계를 확실하게 구축할 만한 나이이다. 따라서 순자 역시 이미 맹자의 사상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확고한 주장과 논리를 완성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순자는 맹자의 성선설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었다. 특히 전국시대의 횡행한 침략과 정복,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제거하는 것을 자신 사상의 실천적 과제로 삼았던 순자에게 맹자의 성선설은 지독히도 관념적인 주장에 불과했다.

맹자의 성선설을 비판하면서 순자는 이른바 성악설을 주창하는데, 이 주장의 핵심은 ‘인간의 본성은 악(惡)하며, 선(善)이란 인위적인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 본성에 그대로 따르면 사회적 쟁탈과 혼란이 생기므로 교육이라는 후천적 훈련과 예(禮)라는 사회적 제도에 따라 악한 본성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 순자의 주장이다.

순자의 이 같은 사상은 유가(儒家)로부터 이단시되었다. 또 순자의 성악설은 법가의 인간 본성론과 일맥상통한다. 예(禮)를 사회적 제도로 하여 인간과 사회를 다스리려 한 것도, 법(法)을 사회적 제도로 하여 인간과 사회를 다스리려 한 법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인간의 악한 본성을 예(禮)로 다스릴 것이냐, 법(法)으로 다스릴 것이냐 하는 정도이다.

이와 같은 추론은 순자의 문하에서 법가의 대표적 사상가인 한비자와 법치를 앞세워 진시황이 통일제국을 세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이사(李斯)가 배출되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런 점에서 순자는 유가와 법가의 경계선상에 서 있는 사상가라고 하겠다.

여기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순자의 말은 그가 저술한 『순자』 <천론(天(論)>편에 나온다. 순자는 정작 두려워해야 할 재앙은 두려워하지 않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일에 대해서는 재앙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힐책한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거나 사당에 심어놓은 나무가 울면 하늘이 재앙을 내릴 기미나 징조라면서 두려워한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가장 큰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공경의 대상은 다름 아닌 천문과 자연 현상이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떻게 하지 못하면 못할수록 천문과 자연 현상은 하늘이 사람에게 내리는 재앙이거나 혹은 재앙을 내리기 전에 보내는 징조라고 생각해 두려워했다.

특히 천문과 자연 현상이 괴이하면 괴이할수록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순자는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일이나 사당에 있는 나무가 우는 일 또는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등은 비록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괴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천지의 변화이고 음양의 조화에 불과하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정작 두려워해야 할 재앙은 천문과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이 일으키는 재앙’이라고 말한다. 순자는 특히 사람이 일으키는 ‘세 가지 재앙’을 하나하나 밝히면서, 이 세 가지 재앙을 그대로 두면 일신(一身)을 망치고 일국(一國)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럼 순자가 말하는 사람이 일으키는 세 가지 재앙이란 무엇일까?

흉년이 들었는데 나라에서 세금을 지나치게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곡물 값이 비싸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으로도 못자라 길거리에 죽은 사람들이 즐비하게 방치되어 있는 일이 ‘사람이 일으키는 첫 번째 재앙’이다.

조정의 명령이나 나라의 법령이 명확하지 않고, 군사를 동원하거나 토목 공사를 일으키는데 두서가 없이 혼란스러워서 근본이 되는 일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 일으키는 두 번째 재앙’이다.

예의가 바로서지 않고 안팎의 분별이 없고 남녀가 음란하면 부자(父子) 간에 서로 의심을 품게 되고 군신(君臣) 사이가 어긋나 신하와 백성들이 떠나는데 설상가상으로 도적이 난리까지 일으키게 되면, 이것이 바로 ‘사람이 일으키는 세 번째 재앙’이다.

이 세 가지 재앙이 진실로 처참하고 참혹한 일이지 괴이한 천문과 자연 현상 또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소·말·돼지·닭·개·양 등)에게 일어나는 괴상한 일 따위는 재앙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순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순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 짓는다.

“천문과 자연 또는 만물(萬物)의 괴이한 현상은 기록하되 따로 해석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왜? “無用之辯(무용지변) 不急之察(불급지찰) 棄而勿治(기이물치)”, 곧 아무 쓸모없는 말과 급히 살펴도 되지 않은 일은 그냥 내버려두고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순자에게 아무 쓸모없는 말과 급히 살펴도 되지 않은 일이란 세상 사람들이 재앙이라고 두려워하는 천문과 자연 현상 혹은 가축에게 일어나는 괴상한 일이다. 반면 쓸모 있고 급히 살펴야 될 일이란 바로 앞서 언급했던 ‘사람이 일으키는 세 가지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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