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미천해도 즐겁지만 부유하고 고귀해도 근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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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미천해도 즐겁지만 부유하고 고귀해도 근심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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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②

[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知足者(지족자)는 貧賤亦樂(빈천역락)이요 不知足者(부지족자)는 富貴亦憂(부귀역우)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미천해도 또한 즐겁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하고 고귀해도 또한 근심뿐이다.)

‘지족(知足)’은 제자백가 중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노자의 철학이 담긴 저서인 『노자도덕경』을 관통하는 핵심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인위적(人爲的)으로 무엇인가를 애써 얻으려고 하거나 작위적(作爲的)으로 힘써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삶에 대한 거부, 즉 무위(無爲)의 삶을 추구하는 노자의 사상에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의 지족(知足)만큼 걸맞은 개념이 있을까?

노자는 공자보다 앞선 시대의 인물이다. 이렇게 보면 제자백가 중 도가사상의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족(知足)의 철학’ 역시 제자백가 가운데 노자에게서 최초로 발견된다고 하겠다.

『노자도덕경』 제46장에는 노자가 역설한 ‘지족의 철학’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고(禍莫大於不知足), 다른 사람의 것을 욕심내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咎莫大於欲得). 이러한 까닭에 만족을 아는 만족이야말로 영원한 만족이다(故知足之足 常足矣).”

전국시대 말기 진(秦)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 <12기(十二紀)>에 보면 부귀한 사람이 만족을 모르고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치지 않을 경우 입게 되는 세 가지 재앙과 해악이 나온다.

부귀하면서 만족을 모르면 문 밖에 나가서는 수레를 타고 문 안에서는 가마를 타고 다니며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이러한 즐거움은 각기병(脚氣病), 즉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병신이 되는 원인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재앙과 해악이다.

부귀하면서 만족을 모르면 맛있는 고기와 좋은 술을 마음껏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이러한 즐거움은 난장(爛腸), 곧 위장을 썩게 하는 원인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재앙과 해악이다.

부귀하면서 만족을 모르면 여색을 탐하고 음란한 가무(歌舞)에 정신을 빼앗겨서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이러한 즐거움은 벌성(伐性), 곧 마음과 영혼을 파괴하는데, 이것이 바로 세 번째 재앙과 해악이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부귀가 바로 자신의 생명을 해치는 독약에 불과하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부귀가 불러들이는 재앙과 해악이 이러하다면 차라리 빈천한 것이 생명을 온전히 보전하는 길이라는 것이 『여씨춘추』의 전언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귀를 즐거워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생명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빈천한 사람은 즐겁고 부귀한 사람은 근심뿐이라는 여기 『명심보감』의 경구와 딱 들어맞는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채근담』에서도 “知足者(지족자) 仙境(선경) 不知足者(부지족자) 凡境(범경)”, 곧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어느 곳에 있든 극락이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어느 곳에 있든 지옥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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