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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에 편안하면 욕된 일 없고 기미를 알면 저절로 한가롭다”[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⑥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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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6  07: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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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6강 안분(安分)…분수에 편안하라⑥

[한정주=역사평론가] 安分吟曰(안분음왈) 安分身無辱(안분신무욕)이요 知幾心自閑(지기심자한)이니 雖居人世上(수거인세상)이나 却是出人間(각시출인간)이니라.

(<안분음>에서 말하였다. “분수에 편안하면 몸에는 욕된 일이 없고, 기미를 알면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네. 몸은 비록 인간 세상에 거처한다고 해도, 마음은 오히려 인간 세상을 벗어났구나.”)

<안분음(安分吟)>은 제목의 뜻 그대로 ‘자기 분수에 만족하며 마음 편안하게 사는 삶을 노래한 시’이다. 북송의 대학자 소강절의 시집인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에 실려 있다.

‘안분’, 즉 분수에 편안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자기 분수에 맞게 살면 욕됨과 위태로움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럼 자기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에 대한 공자의 뜻은 ‘신분과 지위에 맞게 살라’는 것이다. 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분과 지위를 거스르는 말과 행동이야말로 인(仁)과 예(禮)와 덕(德)에 어긋나는 일이자 스스로 욕됨과 위태로움을 불러오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하다.

공자의 이러한 생각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었다고 전하는 『중용(中庸)』에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다.

“군자는 그 지위에 따라 행동하고 그 밖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가 부귀하면 부귀한 대로 행동하고, 자신의 처지가 빈천하면 빈천한 대로 행동하고, 오랑캐의 땅에 거처하면 오랑캐의 땅에 맞게 행동하고, 재앙과 난리를 당하면 재앙과 난리에 맞게 행동한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스스로 얻지 못하는 것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지위가 높으면 지위가 낮은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지위가 낮으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자기를 올바르게 닦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력과 명예와 재물을 구하지 않으면 저절로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지위에 맞게 평이하게 거처하며 천명을 기다리지만 소인은 위태롭게 행동하며 요행을 바라게 마련이다.”

특히 공자가 역설한 ‘신분과 지위에 맞게 사는 방법’은 인(仁)과 덕(德)과 예(禮)의 정수를 집대성해놓은 유가사상의 백과사전인 『예기』에 매우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다.

먼저 공자는 “백성은 자기 신분과 지위에 따른 분수를 넘으려고 하기 때문에 군자는 반드시 예(禮)로서 그 악덕을 막고, 형벌로서 그 방탕함을 막고, 명령으로서 그 욕망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천자는 천자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처신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제후는 제후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행동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대부는 대부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처신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선비는 선비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행동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농민은 농민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처신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상인은 상인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처신해야 분수에 편안하고, 노비는 노비의 신분과 지위에 맞게 행동해야 분수에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와 형벌과 명령으로 다스려야 할 신분과 지위에 맞는 자기 분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제후가 다스리는 나라는 전차(戰車)의 수가 천승(千乘)을 넘어서는 안 되고, 둘째 도성을 쌓을 때는 높이와 길이가 백치(百雉)를 넘어서는 안 되고, 대부(大夫)의 집안은 백승(百乘)을 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각종 의례와 일상생활에서도 신분과 지위에 따라 지켜야 할 분수가 있다. 예를 들어 천자가 죽으면 7일상을 치르고 7개월 후에 묘를 묻었으나 제후는 5일상을 치르고 5개월 후에 안장해야 한다.

그리고 천자는 행사에서 8줄에 8명씩 총 64명의 무용수가 팔일무(八佾舞)를 출 수 있었으나 제후는 6줄에 6명씩 총 36명의 무용수가 추는 육일무(六佾舞)만 시행해야 한다. 대부는 4줄에 4명씩 총 16명의 무용수가 추는 사일무(四佾舞), 사(士: 선비)는 2줄에 2명씩 총 4명의 무용수가 추는 이일무(二佾舞)만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여기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곧 자기 분수를 거스르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자는 노나라의 권력자인 대부 계손씨(季孫氏)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팔일무를 추게 한 사실을 두고 “이러한 일을 참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무엇을 참지 못하겠는가?”라고 힐책하며 신분과 지위에 따른 분수를 거스른 불손한 행동에 크게 분노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유학과 성리학에서 강조하는 ‘각자의 신분과 지위에 따라 분수를 지키는 삶을 살라’는 말은 다분히 신분 차별적 혹은 계급 차별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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