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세금’ 대법원 판결에도 ‘체납·신용불량’ 꼬리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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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세금’ 대법원 판결에도 ‘체납·신용불량’ 꼬리표 인생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07.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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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핫 키워드] 국세청의 부당 세금 부과…작년 납세자 1심 승소율 39%

[박철성의 핫 키워드] 국세청의 부당 세금 부과…작년 납세자 1심 승소율 39%

대법원이 ‘중부지방국세청의 증여 과세는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국세청의 ‘2중 증여 과세에 대해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결정’을 내린 고등법원의 판결에 최종 손을 들어주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모씨는 국세청을 상대로 ‘차명계좌 증여의제 과세가 부당하다’고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2부(2018두36240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사건)는 지난 6월 “부당하게 과세한 차명계좌 증여의제 과세와 관련한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여기도 ‘무전유죄 유전무죄’ 공식이 대입된다는 지적이다. 분명 대법원 판결처럼 국세청의 부당한 과세였다. 그런데 돈이 없어 항소를 포기했다. 그 이유만으로 당시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세금체납과 신용불량자의 꼬리표가 달렸다.

발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스닥 상장 A사가 경영난을 맞았다. 당시 이 모 대표는 자금조달이 시급했다.

그런데 그가 궁여지책으로 꺼낸 카드는 시세조종을 통한 주가 부양. 이 모 대표는 그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 부도도 막았고 밀린 직원들의 급여도 해결했다.

그러나 이 모 대표가 선택한 길은 절대로 밟아선 안 될 길이었다. 결국 이 모 대표는 자본시장 통합법 위반으로 3년의 실형을 받았다. 징역 기간 A사는 적대적 M&A로 송두리째 날아갔다. 그렇게 그는 모든 재산을 잃었다.

세월이 흘렀다. 이 모 대표가 만기 출소했다. 그는 지난날을 반성했다. 무일푼이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새로운 삶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 대표에게 세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세금폭탄이었다. 그런데 이미 죗값을 치른 지난 사건이었다. 터무니없었다.

국세청이 지난 2010년 주가조작 때 동원됐던 직원 5명의 차명 계좌를 문제 삼았다. 세무당국에서는 주가 부양과 상관없이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했다.

국세청은 당시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 조 모 씨를 비롯해 총 5명에게 ‘증여의제 과세’를 부과했다. 그들에겐 가산세까지 부과됐다. 1인당 평균 7~8억원 규모의 과세였다.

이들 5명에게 모두 부과될 경우 A사 이 모 전 대표는 연대납세의무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30~40억원 규모가 과세될 지경이었다. 또 당시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들에겐 날벼락이었다.

결국 조 모 씨 외 2명은 행정심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들에게 “이유 없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렇게 행정심판에서 패소했다. 그래서 제기했던 행정소송마저 1심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그들은 억울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 더는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듯 그들 일부는 승복했다.

그중 조 모씨가 나 홀로 항소를 진행했다. 항소심 고등법원은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다”면서 “위법(피고: 국세청)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국세청의 상고에 대해 이유가 없다. 이 사건(과세)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조 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1심 승복한 당시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들이다.

분명히 ‘부당한 과세’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들의 권리 포기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특별한 대안이 없다. 이유 불문, 기간 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 사건의 차명 계주 김 모씨와 이 모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억울했다”면서 “항소하려면 너무 큰 액수의 변호사 비용이 있어야 했고 지금은 이미 체납자로 낙인찍혀 취직한 회사에도 압류가 들어오는 상황”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항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단다.

30대 중반인 이들에겐 이미 체납자 꼬리표가 붙었다. 다니던 회사도 권고 퇴직을 당했다. 그들은 “받아주는 곳이 없다”면서 “재취업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편 지난해 납세자들이 국세청 등 과세관청을 상대로 세금 소송을 제기해 1심 법원에서 승소한 비율이 39%로 나타났다. 세금이 억울해 소송을 제기한 100명 중 39명이 세금을 돌려받았거나 무효가 됐다는 얘기다. 즉 10명 중 4명은 과세당국의 무분별한 세금폭탄으로 1차 피해를 입었고, 많은 돈을 들여 권리를 구제받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6명은 어떤 걸까. 혹시 그 이상 부당한 세금은 단 한 건도 없는 걸까.

이에 대해 “억울한데도 소송비용을 감당 못해 세금이 매겨진 납세자들의 실제 숫자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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