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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富貴)를 지혜의 힘으로 얻을 수 있다면…”[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②
한정주 기자  |  jjoo@iheadlin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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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0  08: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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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擊壤詩云(격양시운) 富貴如將智力求(부귀여장지력구)면 仲尼年少合封侯(중니연소합봉후)라 世人不解靑天意(세인불해청천의)하고 空使身心半夜愁(공사신심반야수)니라.

(『격양시』에서 말하였다. “부귀를 장차 지혜의 힘으로 구할 수 있다면 중니(공자)는 젊은 나이에 제후에 봉해졌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푸른 하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헛되이 몸과 마음을 혹사시켜 밤늦도록 근심하고 있다.”)

『격양시』는 앞서 여러 차례 등장했던 북송의 대학자 소강절이 엮은 시집인 『이천격양집』을 가리킨다.

‘격양(擊壤)’은 중국 역사서인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는 고사성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고복격양’은 풀이하자면 ‘배를 두드리고 땅바닥을 친다’는 의미로 신화와 전설 속 제왕인 요임금 때 어떤 백발노인이 태평성세를 즐거워하며 배를 두드리고 땅바닥을 치며 ‘격양가(擊壤歌)’를 불렀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소강절은 이 ‘격양가’에서 그 뜻을 취해 『이천격양집』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어쨌든 『격양시』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으면 부귀를 지혜의 높이와 순서에 따라 얻을 수 있다면 공자와 같은 사람이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람에게는 모두 천명(天命), 즉 자기 분수에 따라 하늘이 정한 운명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뜻과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헛되이 이루지도 못할 일을 두고 밤을 새가면서 근심하고 안달하느라 몸과 마음을 혹사시킨다.

여기에서는 앞서 제2강 천명(天命) 편에서 밝힌 올바른 삶의 태도, 다시 말해 부귀와 공명을 쫓아다니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천명, 즉 하늘의 이치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도리에 맞게 살고 순리에 따라 행동하며 살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삶의 태도 때문일까? 소강절은 스스로를 자기 분수에 편안하고 만족하며 즐겁게 산다는 뜻으로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고 불렀다. 더욱이 소강절은 사망하기 2년 전 스스로 지은 자서전 격의 시 ‘안락음(安樂吟)’에서는 부귀에 얽매이지 않고 빈천해도 거리낌이 없었던 자신의 삶을 마음껏 노래했다.

여기에서 소강절은 자신은 오직 “선한 사람을 보는 것만 좋아하고, 선한 일을 듣는 것만 좋아하고, 선한 말을 하는 것만 좋아하고, 선한 뜻을 행하는 것만 좋아하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으며 삼군(三軍)의 위력과 만종(萬種)의 부귀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부귀와 공명을 쫓아다니느라 괜히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지 말고 자기 분수에 편안하고 만족하며 즐겁게 살라는 소강절의 가르침을 그의 시 ‘안락음’으로 읊어보자.

안락선생은 성씨를 드러내지 않고 (安樂先生 不顯姓氏)
삼십년 동안 낙수 가에서 살았네. (垂三十年 居洛之涘)
바람과 달을 마음에 품고 강호의 삶이 기질에 맞아 (風月情懷 江湖性氣)
낯빛을 살펴 날아오르다가 빙빙 돈 후 내려앉았네. (色斯其擧 翔而後至)
빈천(貧賤)도 없고 부귀(富貴)도 없고 (無賤無貧 無富無貴)
보냄도 없고 맞이함도 없고 얽매임도 없고 거리낌도 없네. (無將無迎 無拘無忌)
군색해도 걱정하지 않고 술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窘未嘗憂 飮不至醉)
온 세상의 봄 거두어, 마음속에 담아두었네. (收天下春 歸之肝肺)
작은 연못 시상(詩想) 제공하고 누추한 집 잠자리 되어주니 (盆池資吟 瓮牖薦睡)
작은 수레에 완상하는 마음 싣고 큰 붓으로 통쾌하게 뜻을 펼치네. (小車賞心 大筆快志)
혹은 머리에 두건 쓰고 혹은 반팔 옷 입고 (或戴接離 或著半臂)
혹은 숲속에 앉고 혹은 물가를 거니네. (或坐林間 或行水際)
선한 사람 보는 것 좋아하고 선한 일 듣는 것 좋아하고 (樂見善人 樂聞善事)
선한 말 하는 것 좋아하고, 선한 뜻 행하는 것 좋아하네. (樂道善言 樂行善意)
다른 사람의 악행 들으면 마치 가시를 짊어진 듯 하고 (聞人之惡 若負芒刺)
다른 사람의 선행 들으면 마치 난초와 혜초를 간직한 듯하네. (聞人之善 如佩蘭蕙)
선백(禪伯)에게 아첨하지 않고 방사(方士)에게 아부하지 않고 (不佞禪伯 不諛方士)
집 밖으로 나서지 않고도 하늘과 땅에 바로 닿네. (不出戶庭 直際天地)
삼군의 위력으로도 능멸하지 못하고 만종의 재물로도 이르지 못하니 (三軍莫凌 萬鍾莫致)
이렇게 통쾌하고 활달한 사람으로 육십오 년을 살아왔네. (爲快活人 六十五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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