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적자 내츄럴엔도텍 주가 92% 비정상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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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적자 내츄럴엔도텍 주가 92% 비정상 폭등
  • 박철성 칼럼리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07.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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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무자본 M&A·기업사냥꾼 먹잇감 우려 ‘투자주의보’

[박철성의 주간증시] 무자본 M&A·기업사냥꾼 먹잇감 우려 ‘투자주의보’

절치부심 3년이었다. 내츄럴엔도텍(대표 장현우)은 그렇게 부활을 꿈꿨다.

그러나 최근 내츄럴엔도텍이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개인투자자 무덤’ 경계령까지 발동됐다.

내츄렬엔도텍은 4년째 연속적자인 부실기업이다. 그런데 주가는 최근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칫 무자본 M&A·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내츄럴엔도텍 장현우 대표와 임직원들이 몰락한 기업의 신뢰 회복을 위해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또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폭등했다. 일봉 그래프에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지난 5월30일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장중 1만5100원. 이는 최근의 전 저점이었다.

그러더니 지난달 21일에는 장중 2만8900원을 기록했다. 14거래일 만에 무려 92%가 폭등했다. 비정상적인 급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13일에는 장중 고점 2만7850원을 찍었다. 이 역시 전 저점 대비 85%나 상승한 높은 가격이었다.

이날 닉네임 ‘주식ㅇㅇ’이 “내츄럴엔도텍 주식 전량 매수하라”는 낚시성 문자를 개인투자자들에게 유포하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 무덤’ 경계령이 발동된 이유다.

오전부터 장 마감 전까지 ‘주식ㅇㅇ’이 보낸 문자는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걸려(?)든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고점에서 쏟아지는 차익실현 매도물량을 누군가 전부 받아냈기 때문이다. 해당일 그래프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지난 13일 내츄럴엔도텍 일봉 캔들. 이날 위아래 꼬리가 길게 달린 열십자 모양이 새겨졌다. 고점에서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졌고 이는 누군가 고스란히 받았음을 대변한다.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이날 내츄럴엔도텍 일봉 그래프 캔들이 위·아래 꼬리가 길게 달린 열십자 모양이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낚시성 허위문자를 받고 매수에 참여한 개미투자자들은 또 이렇게 당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1분 문자는 “연 2조 원대 계약 곧 발표, 주말(에) 발표 가능성 높으며 오늘(13일)까지 꼭 강력 매집”이라고 전송했다. 이어지는 문자는 “전체자금 내츄럴엔도텍으로 집중, 7월 중순 마이크로패치 중국공급을 시작했다”면서 “제2의 사조해표, 급등 직전. 필히 전체 물량 실어놓으세요(매수하라). 마지막 매수 적기”라고 남겼다. 내츄럴엔도텍에 ‘올인’하라는 문자였다.

그러나 이날 허위문자 이후 내츄럴엔도텍은 이익 실현 물량이 쏟아졌다. 결국 -1.25%, 45원 하락한 2만6850원으로 마감했다. 허위문자 지시대로 고점에서 매수했다면 현재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주식ㅇㅇ’의 허위문자는 이미 주식시장에 소문이 났다. 지금까지 대규모 허위문자로 개미 무덤이 된 기업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양전기우를 비롯해 우진, SM Life Design, 화성밸브, 평화산업, 사조해표 등이 허위문자가 휩쓴 종목들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질 않는다. 앞서 지적처럼 재무구조가 열악한 내츄럴엔도텍이 자칫 무자본 M&A·기업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내츄럴엔도텍은 연속 3년과 1분기 내내 적자 지속상태다. 이처럼 적자 지속 4년째로 조만간 발표될 반기보고서조차도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올해 내츄럴엔도텍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억8020만원. 전년 동기 -17억7568만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 5월15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의 1분기 매출액은 15억8586만원. 전년 동기 17억5315만원 대비 9.5% 감소했다. 지배 지분 순이익은 -24억5764만 원으로 전년 동기 –26억5265만 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15억8586만원으로 전년 동기 17억5315만원 대비 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3793만원으로 전년 동기 -17억6258만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고, 순이익은 -19억8224만원으로 전년 동기 -23억8876만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이렇게 내츄럴엔도텍은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4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만약 내츄럴엔도텍이 올해마저 적자탈피에 실패한다면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이 경우 연속 4년 적자에 해당한다. 그 다음순서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순서 밟기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지난 4월 개정된 코스닥 시장 퇴출 요건에 명시돼 있다. 장기 영업손실의 경우 최근 4사업연도 영업 손실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후 최근 사업연도의 영업 손실이 발생하면 상장폐지 실질 심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 취재진은 회사 측의 판단과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다. 주말과 휴일 수차례에 걸쳐 내츄럴엔도텍 장현우 대표에게 문자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끝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기업사냥꾼들이 내츄럴엔도텍의 열악한 재무구조에 군침 흘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부실기업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이런 방식의 M&A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 중 하나가 수상(?)한 주가폭등이다. 기업사냥꾼들은 부실기업을 싸게 인수한 뒤 전환사채와 싼값에 매수한 주가의 시세차익을 통해 이득을 챙긴다.

최근의 실례로 지난 9일 상장폐지 된 신텍(전 한솔신텍)을 꼽을 수 있다.

발전설비 전문기업 신텍은 지난 9일 상장 폐지됐다. 신텍의 소액주주 8000여명은 최소 800억원대 손실을 보았다. 지난 4월 신텍의 최대주주가 한솔홀딩스에서 김명순 씨로 바뀐 지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신텍은 최대주주 변경과 남북경협주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약 112억원의 전자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보도에 의하면 김명순 대표는 2001년 사문서조작을 시작으로 이후 18년간 수차례에 걸쳐 주가조작과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법원을 오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텍은 발전설비와 산업설비 사업을 하는 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 2057억원 규모의 중견 회사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수익성이 악화하며 당기순손실 453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 4월 200억원에 매각됐다.

부실했던 만큼 신텍은 경영권 매각이었음에도 할인율이 무려 40%에 달했다.

신텍은 최대주주 변경 후 상호를 변경하고 임원을 새로 선임하며 사업목적도 새롭게 추가했다. 이에 기대감이 몰리며 신텍의 주가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최대주주 변경 직후와 비교해 66%가량 오른 2110원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12일에는 경남은행으로부터 빌린 50억원을 유동성 악화로 인해 갚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14일 50억원의 채무 중 5억원만 상환하고 나머지 45억원은 22일까지 갚기로 했다. 이후 신텍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9일 30%가량 하락했다. 1465원까지 떨어졌다. 신텍 경영진의 ‘오락가락 행보’에 주가가 60%를 넘게 등락했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3월 말 기준 110억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금성 자산에는 당장 현금화하지 못하는 단기성 증권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렇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정말로 돈이 급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부도를 막으려면 지배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법 등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한편 신텍의 주식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 과정에서 150원을 전후해 거래됐다. 이는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달 26일 종가 1480원 대비 90%가량 하락한 가격이었다. 신텍의 시가총액을 참작하면 1거래일 만에 800억원이 넘게 증발했다는 뜻이다.

앞서 신텍의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과 타법인 인수 계획 소식이 전해지며 한 달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신텍의 소액주주는 5월 주주명부 폐쇄 기준 8000여명이었다.

특히 한솔홀딩스가 매각한 지배 지분 36.77%가 대부분 장내 매도된 것이 알려졌다. 결국 상장폐지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으로 돌아왔다.

한솔홀딩스로부터 신텍의 지분을 매입한 주체는 김명순 대표(90억원)와 프라임 2호 조합(80억원), 아이스파이프(30억원) 등이었다. 이중 프라임 2호 조합과 아이스파이프는 지난 4월17일 지분을 넘겨받자마자 장내 매도를 시작했고 열흘도 안 돼 보유지분을 전량 팔아치웠다. 물론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

김 대표는 “본인 명의의 신텍 주식도 전량이 사채업자에게 넘어가 장내 매도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합쳐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얘기처럼 한솔홀딩스가 신텍 주식을 지난 4월16일 시장가격(종가 기준 1430원)보다 40%가량 싼 가격인 주당 850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사실상 경영권 할인을 해준 덕분이었다.

한편 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지분을 가져간 강남 사채업자 B씨는 신텍의 어음을 막기 위한 자금 40억 원을 빌려주며 신텍 매출채권의 일부를 담보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텍의 매출채권은 지난 3월 말 기준 약 700억원이었다.

▲ 지난 12일·13일 내츄럴엔도텍 10분봉 그래프. 멀미나는 롤러코스터 장세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이처럼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한 부실한 기업의 투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내츄럴엔도텍 소액투자자나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공격보다 방어적 스탠스를 취하는 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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