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두려워하면 즐겁고, 관청을 속이면 근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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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두려워하면 즐겁고, 관청을 속이면 근심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7.20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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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⑨
▲ 상앙은 ‘세 길 높이의 나무’로 진나라 백성들에게 앞으로 관청의 법치를 따르는 백성에게는 이로움이 있는 반면 관청의 법치를 따르지 않고 속이는 백성에게는 형벌의 근심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가르쳤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7강 存心篇(존심편)…마음을 보존하라⑨

[한정주=역사평론가] 懼法朝朝樂(구법조조락)이요 欺公日日憂(기공일일우)니라.

(법을 두려워하면 날마다 즐겁고, 관청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스럽다.)

중국 대륙의 서쪽 변방에 자리하며 오랑캐 취급을 당했던 진(秦)나라가 전국시대를 주름잡은 최강대국이 되고, 다시 진시황 대에 이르러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역사가들은 효공(孝公) 때부터 6대에 걸쳐 끊임없이 변법 개혁과 부국강병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서 6대란 효공, 혜문왕(惠文王), 무왕(武王), 소양왕(昭襄王), 효문왕(孝文王), 장양왕(莊襄王)을 말한다.

특히 효공이 세운 ‘법치(法治)를 통한 상무(尙武)정신’은 진시황 대에 이르기까지 진나라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기본 국가 정책이었는데, 이 정책이 천하통일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진나라를 변방의 오랑캐에서 일약 최강대국으로 도약시킨 효공의 ‘법치’를 설계하고 집행한 인물이 위(衛)나라 출신의 재상 상앙(商鞅)이다. 사마천의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은 상앙에 관한 전기(傳記)인데, 여기에는 그가 어떻게 진나라에 ‘법치’를 세웠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구법(舊法)을 폐지하고 신법(新法)을 제정한 상앙은 진나라 백성들이 자신이 만든 신법을 어떻게 지키게 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때 상앙이 생각해낸 묘책은 관청에서 시행하는 일을 믿고 따르게 되면 포상을 얻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백성들의 머리에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법을 공포하기 전에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 길 높이의 나무를 세우고 “여기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기면 포상금으로 십 금(金)을 주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상앙의 말을 반신반의한 백성들은 괴이하게 여길 뿐 누구하나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시 상앙이 포상금을 오십 금(金)으로 올리자 어떤 사람이 설마 나무 하나 옮겼다고 거금을 주겠느냐는 의심을 품은 채 그저 시험 삼아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놓았다. 상앙은 그 즉시 그 사람에게 포상금 오십 금을 주었다.

이렇게 황당무계한 약속이라고 해도 관청에서 약속한 일이면 반드시 지킨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직접 보여준 다음 비로소 상앙은 신법을 공포했다.

상앙은 ‘세 길 높이의 나무’로 진나라 백성들에게 앞으로 관청의 법치를 따르는 백성에게는 이로움이 있는 반면 관청의 법치를 따르지 않고 속이는 백성에게는 형벌의 근심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가르친 것이다.

그런데 신법이 공포되어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나자 새로운 법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진나라의 태자가 법을 어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앙은 백성들 사이에서 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심지어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까닭은 신분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태자를 본보기로 삼아 법치의 위엄을 확고히 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왕위를 이을 태자에게 잔혹한 형벌을 가해 몸에 상처를 남길 수는 없다는 신하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자 상앙은 태자를 대신해 스승이나 다름없는 태부(太傅) 공자 건(虔)의 목을 베고 다시 태사(太師) 공손고에게는 이마에 글자를 새기는 형벌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법의 칼날이 가장 고귀한 신분과 지위를 지닌 태자와 그 측근들에게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진나라 백성들은 이후 모두 상앙이 만든 신법을 한 치의 어김없이 잘 지켰다.

이렇게 법령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자 진나라 백성들은 모두 상앙의 신법을 만족스러워하고 즐거워했다. 이로 인해 법의 문란함 때문에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진나라에서는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함부로 주워가는 사람이 없고, 산과 들에는 도적이 사라지고, 나라의 재물은 풍족해지고, 백성들의 마음은 넉넉해졌다.

상앙이 만든 법을 어겼을 경우 당하게 될 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분과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혹은 재물이 많거나 적거나 혹은 권력이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누구나 법을 잘 지켰기 때문다.

그런 의미에서 “懼法朝朝樂(구법조조락)이요 欺公日日憂(기공일일우)니라”, 곧 “법을 두려워하면 날마다 즐겁고, 관청을 속이면 날마다 근심스럽다”는 여기 『명심보감』의 구절은 상앙의 법치에 딱 들어맞는 문장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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