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기술자료 탈취’…두산인프라코어 법인·개인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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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 기술자료 탈취’…두산인프라코어 법인·개인 고발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8.07.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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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DX530LC-5.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의 굴삭기 기술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법인과 관련 직원 5명이 검찰에 고발된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부품의 구매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해당부품의 새로운 공급처가 될 업체에게 전달해 부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굴삭기에 에어 컴프레셔를 장착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아 오고 있었다.

에어 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해 굴삭기나 작업자의 옷에 묻어 있는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로 굴삭기에 장착된 상태로 사용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은 에어 컴프레셔는 수량이 연간 3000대 정도였고, 1대당 가격은 에어 컴프레셔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 모델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50만원대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에 2015년 말경 에어 컴프레셔의 납품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이 요구를 거절하자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2016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용한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 31장은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 특히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용한 이노코포레이션의 도면 31장 중 11장은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둔 상황이었고 나머지 20장은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2016년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적으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승인도는 원사업자가 위탁한 제품이 위탁한 대로 제조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으로 해당 제품의 제조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망라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기술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에어탱크의 균열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료 요구 당시 직전 1년 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한 에어 컴프레셔 약 3000대 중 에어탱크 부문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단 1건에 불과했고 하자의 내용도 에어탱크 균열이 아닌 에어탱크를 지지대에 부착하는 ‘용접 불충분’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도면 20장은 모두 수일내(3일에서 10일 사이)에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되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도면을 요구한 목적은 바로 그 제3의 업체의 에어 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도면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었고 기술자료 유용 이전의 요구 행위만으로도 별도로 또 하나의 하도급법 위반행위가 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에어 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해 2016년 7월부터 납품을 시작하자 납품업체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제3의 업체로 변경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에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제3의 업체로부터 에어 컴프레셔를 공급받은 가격은 이노코퍼레이션의 납품가격에 비해 모델별로 많게는 약 10% 정도 낮아졌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을 유용함으로써 그 만큼의 이득을 취했다.

한편 하도급업체 코스모이엔지로부터 굴삭기 부품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받아 온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7월 코스모이엔지가 냉각수 저장탱크의 납품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고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2017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해 냉각수 저장탱크를 제조해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전달한 도면은 모두 ‘승인도’라는 명칭의 도면으로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에 필요한 부분별 상세도면 등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도면을 전달받은 5개 사업자간에는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도면 전달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품 납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사용한 행위로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해당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30개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는데,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에도 서면을 통한 요구 방식을 취한 경우가 없었으며 해당 도면의 총수는 382건이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앞으로 다시는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하고 3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회사와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직원 및 담당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기술유용을 행한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도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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