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지위가 편안할 때, 변란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조짐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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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지위가 편안할 때, 변란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조짐이 싹튼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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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8강 계성편(戒性篇)…성품을 경계하라③
 

[명심보감 인문학] 제8강 계성편(戒性篇)…성품을 경계하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得忍且忍(득인차인)하고 得戒且戒(득계차계)하라 不忍不戒(불인불계)면 小事成大(소사성대)니라.

(참고 다시 참고, 경계하고 다시 경계하라. 참지 않고 경계하지 않으면 작은 일이 큰일이 되어버린다.)

사람의 성품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참을 인(忍)’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가 ‘경계할 계(戒)’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앞날을 내다보는 점술 책 정도로 알고 있는 『주역(周易)』은 실제로는 옛사람들이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사건과 사고를 스스로 경계하고 다시 경계하기 위해 탐독했던 유가의 경전이다.

사람에게 어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할 때는 -의식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 반드시 그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는 기미와 조짐, 징후나 예후가 있게 마련이다.

『주역』은 바로 이러한 기미와 조짐 혹은 징후나 예후를 미리 감지하고 예측한 다음 방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책이다.

공자는 이와 같은 『주역』의 기능과 역할을 ‘장차 일어날지도 모를 우환(憂患)을 미리 걱정해 예측하고 경계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언급했다. 공자는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위험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은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그 조짐이 싹튼다. 그러므로 편안할 때 위험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멸망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변란을 잊지 않는다면 자신의 몸은 편안하고 나라는 보존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러한 『주역』의 기능과 역할을 “括囊(괄낭) 無咎(무구) 無譽(무예)”, 즉 “주머니의 입구를 동여매니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는 <곤괘(坤卦)> ‘육사효(六四爻)’의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주머니의 입구를 동여매듯이 하라는 것은 입을 동여매 말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신중하게 말을 하게 되면 절대로 해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곤괘> ‘육사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보좌하는 자리인데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말을 할 때 반드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주역』 <여괘(旅卦)> ‘초육효(初六爻)’의 “旅瑣瑣(여쇄쇄) 斯其所取災(사기소취재)”, 즉 “여행할 때 사소한 일에 얽매이면 그로 말미암아 재앙을 당하게 된다”는 가르침은 집을 떠나 먼 길을 가는 사람이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일을 가리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이천은 풀이하기를 “마음에 품은 뜻이 비루한 사람이 집을 떠나 먼 길을 가는 도중 곤란하고 궁색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사소한 것에도 이익(利益)과 해악(害惡)을 다투면서 온갖 일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이렇게 하면 큰 모욕을 당하고 재앙을 입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집을 떠나 먼 길을 가는 사람이 지나치게 강경하면 다른 사람과 다툼을 피할 수 없어서 자칫 재앙을 입게 되므로 그 언행을 조심하고, 또한 낯선 곳에 가서 스스로 잘난 척하면 자칫 큰 곤욕을 치르게 되므로 그 언행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시경』 <소아> ‘소민’ 편에 나오는 “如臨深淵(여림심연) 如履薄冰(여리박빙)”, 즉 “마치 깊은 연못에 다다른 듯, 얇은 살얼음을 밟고 건너는 듯” 항상 기미와 조짐 혹은 징후나 예후를 살피고 헤아려서 조심하고 경계하는 뜻이야말로 『주역』이 담고 있는 진정한 철학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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