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않으면 암흑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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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않으면 암흑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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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④
▲ 위진남북조시대 말기의 인물 안지추(왼쪽)와 그가 지은 『안씨가훈』.

[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④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人生不學(인생불학)이면 如冥冥夜行(여명명야행)이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사람이 살면서 배우지 않으면 마치 한 점 불빛 없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가르칠 때 부모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배움’이다. 따라서 자신의 후손들에게 경계로 삼으라고 적은 가훈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학문을 권면하는 일’ 이라는 사실 역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안씨가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안씨가훈』의 <면학(勉學)> 편을 보면 안지추가 후손들에게 ‘사람은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훈계한 기록이 있다. 안지추는 먼저 후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명철한 제왕과 지혜로운 성현도 오히려 배움이 부족할까봐 근심했는데 보통사람에 불과한 너희들이야 더욱 배움에 힘써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사람은 태어나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제각각 반드시 자기 할 일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농부는 농사짓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 상인은 물건의 가격을 매기고 흥정하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 장인(기술자)은 기물을 정교하게 만드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 무인(武人)은 활 쏘고 말 타고 칼 다루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

안지추는 이와 마찬가지 이치로 사대부는 학문하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안지추가 본 자신의 시대, 곧 위진남북조 시대의 사대부들은 대부분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지 않고 기술과 기예를 배우고 익히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또한 활을 쏘면 갑옷의 비늘조차 뚫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글이라고 해봐야 겨우 자기 이름이나 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해서는 빈둥거리며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넘기고 한 해를 마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을 몰랐다. 더욱이 어떤 사대부는 자신의 가문이 쌓은 공적과 명성 덕분에 벼슬자리를 얻게 되면 크게 만족하고 거들먹거리고 다니기를 즐길 뿐 학문에는 전혀 힘쓰지 않았다.

안지추는 학문하는 법을 배워서 터득해야 할 사대부가 이렇듯 배움을 소홀히 하게 되면 마치 암흑 속을 걸어가는 것과 같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세상 사람들 속에 있어도 비웃음을 모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길흉의 큰일을 당하여 여러 사람과 함께 득실(得失)을 의논해야 할 때에도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 마치 구름이나 안개 속에 앉아 있는 꼴과 같을 것이다.

공적인 경우든 사적인 경우든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고사(古事)를 담론하고 시문을 지을 때에도 고개를 떨군 채 말 한마디 못하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하품이나 하고 기지개나 켜는 한심한 꼴을 보이고 말 것이다.

만약 옆에서 식견 있는 사람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면 내가 대신해서 땅 구멍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어찌하여 젊은 시절 몇 년 동안의 배움을 회피하다가 그렇게 기나긴 일생동안 -(마치 한 점 불빛 없는 암흑 속을 걸어가듯)- 부끄러움과 욕됨을 당하면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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