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사람은 양식과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잡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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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사람은 양식과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잡초와 같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8.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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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⑦
▲ 여진족인 세운 금나라에 포로로 끌려가는 송 황제 휘종과 흠종 부자.

[명심보감 인문학] 제9강 근학편(勤學篇)…부지런히 배워라⑦

[한정주=역사평론가] 徽宗皇帝曰(휘종황제왈) 學者(학자)는 如禾如稻(여화여도)하고 不學者(불학자)는 如蒿如草(여호여초)로다 如禾如稻兮(여화여도혜)여 國之精糧(국지정량)이요 世之大寶(세지대보)로다 如蒿如草兮(여호여초혜)여 耕者憎嫌(경자증혐)하고 鋤者煩惱(서자번뇌)로다 他日面墻(타일면장)에 悔之已老(회지이노)로다.

(휘종황제가 말하였다. “배우는 사람은 마치 벼나 곡식과 같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마치 쑥이나 풀과 같다. 벼나 곡식과 같은 사람이여! 나라의 훌륭한 양식이요 세상의 큰 보배로다. 쑥이나 풀과 같은 사람이여! 밭을 가는 사람은 미워하고 싫어하며 밭을 매는 사람은 번거롭고 괴로워한다. 훗날 담장을 바라보듯 꽉 막힌 자신을 후회한다고 해도 몸은 이미 늙어버렸네.”)

휘종황제는 북송 제8대 황제이다. 제6대 신종(神宗)황제의 열한 번째 아들인 휘종은 형인 제7대 철종(哲宗)이 병으로 사망하자 18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다.

휘종은 학문을 장려하고 시문(詩文)과 서화(書畵)를 보호하고 육성하는데 열성적이어서 도시문화의 황금기인 ‘선화시대(宣和時代)’를 연 ‘호학 황제이자 풍류천자’로 불렸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간신인 채경과 동관 등에게 정치를 맡기고 자신은 태평스럽고 호사스러운 생활에 탐닉했던 ‘혼군(昏君)이자 암군(暗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북만주의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북송을 침공하자 휘종은 당시 황태자인 흠종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는 식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 했다. 그러나 재차 침공한 금나라 군대에게 수도 개봉(開封)은 함락되고 휘종과 흠종 모두 포로 신세가 되어 북만주의 오국성(五國城)으로 끌려가게 된다.

휘종은 그곳에 억류된 채 생활하다 병을 얻어 사망하고 만다. 중국사에서는 이 사건을 ‘정강(靖康)의 변(變)’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북송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어쨌든 여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옮겨놓은 휘종의 경문(警文)처럼 안지추의 『안씨가훈』에도 배움이 없는 사람이 배우게 되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훈계하는 글이 있다.

특히 『안씨가훈』의 가르침은 -휘종황제의 말처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잡초와 같은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양식과 같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부모님을 봉양할 줄 모르는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부모님의 안색을 살핀 다음 그 마음속 뜻을 미리 알아채고 모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목소리는 부드럽고 호흡은 나지막하게 하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이렇듯 옛사람이 부모님을 봉양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결연히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효도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둘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임금을 섬길 줄 모르는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지키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군주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면 목숨을 잊은 채 정성을 다해 간언하여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이렇듯 옛사람들이 임금을 섬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한 자신을 측은하게 여긴 나머지 옛 사람들의 태도를 본받으려고 마음먹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공손하고 검소하며 절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스스로 낮추어 자신을 닦고 예의를 가르침의 바탕으로 삼고 공경을 몸가짐과 행동거지의 근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이렇듯 옛사람들이 교만과 사치를 억눌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자세를 가다듬고 제멋대로 날뛰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게 된다는 것이다.

넷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천박하고 인색한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의로움을 귀중하게 여기고 재물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탐욕을 삼가고, 넘치도록 부유한 것을 꺼리고, 욕심을 가득 채우는 것을 미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욱이 곤란하고 궁색한 사람을 돕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이렇듯 옛사람들이 의로움을 좋아하고 욕심을 채우려고 한 것을 미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뉘우치고 후회하게 되어 재물을 모으더라도 또한 나누어 쓸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사납고 난폭한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조심스러운 마음에 스스로를 억제하며 강한 혀는 닳아 없어져도 오히려 부드러운 혀는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옛사람들은 한때 수치스러운 일을 겪더라도 인내하고,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뭇 사람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이렇듯 옛사람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스스로를 억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기가 꺾이고 기운이 빠져서 화평하고 온순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 쓸모없는 잡초처럼 겁 많고 나약한 사람도 학문과 독서를 하게 되면 옛사람들이 생명의 본뜻에 두루 통해 운명의 순리에 맞게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굳세고 날카롭고 정직하며 말을 하면 반드시 지키고 복을 구하되 도리에 어긋나는 법이 없이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배움을 통해 옛사람들이 이렇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스스로 분발하고 용기를 내어 일어나 두려움을 떨치려고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학문하고 독서하는 이유, 다시 말해 배우고 익히는 까닭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잡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양식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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