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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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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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①

[명심보감 인문학] 제10강 훈자편(訓子篇)…자식을 가르쳐라①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賓客不來(빈객불래)면 門戶俗(문호속)하고 詩書無敎(시서무교)면 子孫愚(자손우)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면 집안이 저속하게 되고 시서(詩書)를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진다.”)

옛글 중 참된 보배로 삼을만한 시문만 모아 엮은 명문선(名文選)인 『고문진보(古文眞寶)』의 시작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권학문(勸學文)’이다. 옛 사람들이 배움을 권면하는 것을 삶의 모든 가치 중 으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배움을 권면하는 것 중에서도 자식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으뜸 가운데에서 으뜸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훈자(訓子)’, 즉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옛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숙제였다.

이러한 까닭에 『고문진보』에 실려 있는 ‘권학문’ 역시 자식에게 배움을 권면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태백·두보와 더불어 당나라 3대 시성(詩聖)이라고 불리는 백거이의 ‘권학문’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특히 이 ‘권학문’에는 여기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경행록』의 “詩書無敎(시서무교) 子孫愚(자손우)”와 꼭 빼닮은 “有書不敎(유서불교) 子孫愚(자손우)”라는 시구가 등장한다.

有田不耕倉廩虛(유전불경창름허)
有書不敎子孫愚(유서불교자손우)
倉廩虛兮歲月乏(창름허혜세월핍)
子孫愚兮禮義疎(자손우혜예의소)
若惟不耕與不敎(약유불경여불교)
是乃父兄之過歟(시내부형지과여)

밭이 있다고 해도 경작하지 않으면 창고가 텅 비고
서책이 있다고 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어지네.
창고가 텅 비면 세월 지날수록 살림살이 궁핍해지고
자손이 어리석어지면 예절과 의리에 어두워지네.
만약 밭을 경작하지 않고 또한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이것은 다름 아닌 부형(父兄)의 잘못이네.

만약 자식에게 배움을 권면하는 것이 부모 된 사람이 살면서 추구하는 가치 중 으뜸이라면, 반대로 부모 된 사람의 잘못 중 으뜸가는 잘못은 자식을 가르치지 않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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