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실수는 술 때문, 의로움 끊어지고 가까운 사람 멀어지는 것은 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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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는 술 때문, 의로움 끊어지고 가까운 사람 멀어지는 것은 돈 때문”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09.1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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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③
▲ 남편 포선이 학문을 닦고 청렴하게 벼슬살이를 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한 아내로 크게 이름을 떨친 소군.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③

[한정주=역사평론가] 父不憂心(부불우심)은 因子孝(인자효)요 夫無煩惱(부무번뇌)는 是妻賢(시처현)이라 言多語失(언다어실)은 皆因酒(개인주)요 義斷親疎(의단친소)는 只爲錢(지위전)이니라.

(아버지가 마음속으로 근심하지 않은 것은 자녀가 효성스럽기 때문이요, 남편이 마음속으로 번뇌하지 않은 것은 아내가 현명하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해서 말로 실수하는 것은 모두 술 때문이요, 의로움이 끊어지고 가까운 사람이 멀어지는 것은 오직 돈 때문이다.)

전한(前漢) 말기 때 포선(鮑宣)은 총명하고 학문이 뛰어났지만 집안은 가난했다. 그는 스승의 딸인 소군(少君)을 아내로 맞았는데 소군은 시집올 때 가난한 포선의 집안과는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고 사치스러운 혼수를 지니고 왔다.

첫날 밤 포선은 소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집안은 가난해 부잣집에서 성장한 탓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한 당신을 감당하기 힘든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남편의 간절한 충고에 자신의 잘못을 크게 깨우친 소군은 이렇게 답변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맑은 지조에 마음을 빼앗겨 저와 혼인을 맺어주셨는데 어떻게 제가 당신의 말을 거역하겠습니까. 앞으로는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하겠습니다.”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소군은 치장하고 온 장식품과 화려한 혼수는 물론이고 데려온 몸종까지 모두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손수 물동이를 이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왔다.

이후 소군은 남편 포선이 학문을 닦고 청렴하게 벼슬살이를 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한 아내로 크게 이름을 떨쳤다. 이 때문에 한나라 사람들이 하나같이 소군의 ‘현명함’을 높여 칭찬했다고 한다. 포선은 현명한 아내 덕분에 학문을 닦고 조정 일을 잘 처리하는데 전념할 수 있었다.

포선과 소군의 고사(故事)는 “남편이 마음속으로 번뇌하지 않은 것은 아내가 현명하기 때문이다”는 『명심보감』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다.

앞서 황석공이라는 기이한 노인이 한나라의 개국공신 장량에 주었다고 소개한 적이 있는 『소서』에는 “貶酒闕色(폄주궐색)은 所以無汚(소이무오)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자면 “술을 물리치고 여색을 멀리하는 까닭은 몸과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는 뜻이다.

물론 여색과는 다르게 술은 그 자체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더럽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나치게 술을 마실 경우 그로 인해 온갖 실수를 저지르게 되어서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황폐해지게 된다.

특히 술로 인해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 중 가장 쉽게 저지르는 실수가 다름 아닌 ‘말실수’이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은 모두 ‘다언(多言)’, 즉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말이 많다 보면 그만큼 잘못과 허물이 많아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는 ‘희언(希言: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을, 공자는 ‘눌언(訥言: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을, 한비자는 ‘난언(難言: 말을 어려워하는 것)’ 등을 역설했다.

만약 말을 별로 하지 않거나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말을 어려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실수를 유발하는 술 역시 멀리하거나 절제하게 되지 않을까.

권력과 금전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 멀어지고 끊어지게 되는 비극으로 치자면 ‘형제간의 불화’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하의 권력과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생인 회남왕(淮南王) 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해 굶어 죽게 한 한나라의 문제(文帝)를 풍자한 아래의 민요(民謠)는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一尺布尙可縫(일척포상가봉)
一斗粟尙可舂(일두속상가용)
兄弟二人不能相容(형제이인불능상용)

한 자 옷감도 오히려 꿰매어 함께 입을 수 있고
한 말 곡식도 오히려 방아 찧어 나누어 먹을 수 있는데
형제 두 사람은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구나.

형제간에 우애가 있다면 아무리 작은 재물이라도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하의 모든 재물을 소유하고 있는 황제이자 제후 왕이라고 해도 나누기는커녕 더 가지려고 서로 다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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