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두 배 이상?”…부실기업 제낙스·에스티큐브의 수상한 주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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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두 배 이상?”…부실기업 제낙스·에스티큐브의 수상한 주가 폭등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10.0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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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공격보다 방어적 접근…아직 엑시트 충분

[박철성의 주간증시] 공격보다 방어적 접근…아직 엑시트 충분

부실기업 제낙스(065620)와 에스티큐브(052020) 주가가 폭등했다. 비정상적인 급등이란 지적이다.

특히 제낙스와 에스티큐브의 세력은 이미 차익실현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들이 쥐고 있는 나머지 차익 매물이 쏟아지는 순간 ‘개미지옥’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제낙스 주가는 최근 141%가 폭등했다. 불과 한 달 만이었다. 에스티큐브 주가도 한 달 사이 155%가 급등했다.

시장 안팎에선 누군가 주가를 견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폭등이라고 꼬집었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제낙스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한국거래소도 옐로카드를 뽑았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제낙스와 에스티큐브에 주가 급등 관련 조회공시를 했다. 주가 폭등의 이유나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제낙스와 에스티큐브 측은 “주가 급등과 관련해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이었다. 제낙스와 에스티큐브 측도 비정상적 폭등을 인정한 셈이었다.

특히 거래소는 지난달 17일 제낙스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자 보호 차원의 조치였다.

한국거래소는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일 이후 2일 동안 40% 이상 상승하고 투자 경고 지정 전일 종가보다 높을 경우 1회에 한하여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제낙스는 아직 ‘경고 딱지’를 달고 있다. 이쯤 되면 거래소의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누가 언제 어떤 거래를 일으켰는지를 확인, 분석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네이버 증권 제낙스 게시판에 올린 A 투자자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투자자 A는 제낙스의 수상한(?) 거래를 한국거래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상황을 예로 들었다. “장 종료 30분 전부터 동시호가 10분간 거래상황에 대해 한국 거래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A는 “지난 5월 하한가를 맞기 전에도 지난주 금요일과 같은 이상 징후가 한동안 계속되었다”면서 “동시호가 막판에 일부러 악의적으로 갭(Gap) 하락시키며 주주 심리를 불안하게 하며 투매를 유발하는 행위를 지속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 측으로부터 “이번 사안은 ‘시장조사부’에 다시 확인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제낙스 주주들의 신고 독려를 당부”하고 한국거래소 신고 전화번호까지 남겼다.

다만 제낙스의 신이현 대표와 에스티큐브의 정현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주가 폭등 관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확인 세력이 의도적으로 강력한 매수세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급등 주식은 급락 위험이 크다. 문제는 세력의 차익 매물이 쏟아졌을 때다. 그래도 아직 제낙스와 에스티큐브 주가는 고점이다. 혹 손실 구간이라도 아직 ‘개미지옥’으로 초토화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든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 제낙스 일별 주가. 주가 급등 시 거래가 폭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제낙스 주가를 견인했던 세력은 지난 5월24일부터 매집을 시작했다. 이들의 평균 매수가격은 1만8443원 부근으로 분석됐다.

세력은 지난 10일, 12~20일, 27일 이익 실현을 했다. 그들은 주가가 주저앉지 않을 수량만큼 철저하게 분할 매도를 했다. 이 기간 대략 19만여주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고 평균 매도가격은 2만4504원이란 분석 보고다. 이를 통해 세력은 11억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세력의 차익실현이 있었음에도 제낙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치밀한 계산도 있었지만 지난 8월10일부터 총 30만여주 규모의 외국인 매수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9월10일부터 본격적으로 매수세를 일으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평균 매수가격은 2만1948원 부근이라는 분석이다.

제낙스의 공시책임자 박광호 팀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박 팀장은 “주가조작, 그건 내가 모르는 일”이라면서 “주가폭등이 아니라 몇 개월 전 주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상 혹은 비정상은 누가 운운할 상황이 아니지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그건 모른다”면서 “그걸 정상,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좀…. 그런 부분은 내가 잘 몰라서 말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아울러 부실한 재무구조에 대해 그는 “지금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관리종목을 정하기 때문에 제낙스는 영업 손실 3년째이고 이제 내년에 어떻게 되느냐는 건데….”라면서 관리종목과 상장폐지 실질 심사대상이 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설명했다.

증권사에 공개된 정보에는 제낙스 영업이익이 4년째 적자였다. 그런데 박 팀장은 영업손실 3년째라고 말했다. 또한 박 팀장은 주가 폭락 시 투자자 보호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때그때 나름대로 우리가 판단 한다”면서 “그게 상황에 따라 틀리기(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회사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이게 기사로 나가느냐? 그럼 언론과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한편 에스티큐브에 세력이 발을 담근 것은 지난 1월17일부터였다. 세력의 평균 매수가격은 1만4390원 부근.

이들 세력은 이미 차익실현에 들어갔다. 지난 9월20~28일 36만여주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들의 평균 매도가격은 2만3582원이라는 분석이다. 그들은 1주당 대략 9192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번 차익실현 매도로 세력은 33억원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

▲ 에스티큐브 일봉 그래프.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문제는 세력이 챙긴 그 이익을 누군가는 잃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잃게 돼 있다. 주식시장의 제로섬(Zero Sum)게임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많은 차익실현 대기 물량을 쥐고 있다. 에스티큐브 그래프가 아직 깨지지 않는 이유와 직결돼있다.

이들 세력이 작업(?)하는 동안 기관은 한번 쓸고 지나갔음이 확인됐다. 기관은 지난 4월6~23일 55만여주를 순매수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1만5387원.

하지만 4월24일~5월2일 기관은 차익실현에 나섰다. 기관은 4월26일 31만 주 규모를 매도해 차익실현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관의 평균 매도가격은 1만7197원, 제낙스 종가는 1만6150원이었다. 그들은 이날 하루에만 5억6100만원 규모의 이익을 챙겼다.

기관이 다시 에스티큐브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 7월25일이었다. 그들은 현재까지 26만여주를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기관의 평균 매수가격은 2만2257원 부근.

특히 기관은 9월20~27일 26만주 규모를 추가 순매수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2만3728원.

▲ 에스티큐브 일별 주가. 주가 급등 시, 거래가 폭발했다. <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그런데 최근 기관도 매도를 시작했다. 개미투자자들이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기관은 지난달 28일 7120주를 매도했다. 평균 매도가격은 2만3893원.

이날 장중 에스티큐브 시가는 2만4250원, 고가는 2만4750원이었고 종가는 2만3700원으로 마감했다. 기관의 평균 매수가격이 낮기 때문에 이익 실현을 했다는 분석이다.

에스티큐브 공시 담당 정기현 실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최근의 주가 폭등에 대해 정 실장은 “글쎄 뭐 정상, 비정상은 시장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고 회사가 코멘트할 일은 아닌 거 같다”면서 “주가조작이 있었다면 뭐 그거는 불법이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실한 재무구조에 대해 정 실장은 “올 상반기에 자금 조달을 했기 때문에 현재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조달은 5월25일이었고 42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의 주가 폭락 시 주주 보호 정책 존재 여부에 대해 정 실장은 “회사가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말도 우습고 전체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가치를 올려주고 반영되게끔 하는 게 맞는 것”이라면서 “따로 개인투자자를 회사가 보호하거나 뭐 그런 정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A는 네이버 증권 게시판에 “자신의 계좌는 자신이 지켜야겠죠”라는 글을 남겼다. 초심을 점검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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