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변화가 끝이 없어 헤아릴 수 없다”
상태바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변화가 끝이 없어 헤아릴 수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04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⑪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⑪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明朝之事(명조지사)를 薄暮(박모)에 不可必(불가필)이요 薄暮之事(박모지사)를 哺時(포시)에 不可必(불가필)이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오늘 해질 녘에 내일 아침의 일을 기약할 수 없고, 오늘 오후에는 오늘 해질 녘의 일을 기약할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뒤바뀌고 오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간사와 세상사를 가리켜서 흔하게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말한다.

새옹지마는 한나라 초기 때 사람인 유안(劉安)의 저서인 『회남자(淮南子)』 <인간(人間)> 편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회남자』의 저자인 유안은 한나라 고조 유방의 손자로 제7대 황제 무제(武帝) 때 회남(淮南) 지역의 제후 왕으로 봉해져 이른바 회남왕(淮南王)으로 불렸다.

당시 제후 왕들은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키우려고 했기 때문에 문(文)보다 무(武)를 중시했다. 그런데 유독 회남왕 유안만은 무(武)보다 문(文)을 중시해 독서를 좋아하고 학문을 즐기며 예술을 사랑한 반면 말을 타거나 사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유안은 학문이 뛰어나고 여러 분야에 두루 뛰어난 식견을 갖춘 재사(才士)와 술사(術士) 등 수 천 명을 빈객(賓客) 혹은 식객(食客)으로 두고 『회남자』를 저술했다.

따라서 『회남자』의 저자를 명기(明記)할 때 유안이라고 적지만 실제 유안은 저자를 대표할 뿐 이 책은 그의 주도하에 수많은 빈객 또는 식객들이 함께 저술한 공동 저작 혹은 집단 저작이라고 해야 맞다.

어쨌든 『회남자』에 실려 있는 ‘새옹지마’의 고사를 읽으면 인간사와 세상사란 저녁 일을 아침에 장담할 수 없고 내일 일은 오늘 헤아릴 수 없고 다음 달 일은 이번 달에 기약할 수 없고 내년 일은 올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다.

북쪽 변경에 점술로 먹고 사는 한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이 노인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의 땅으로 달아났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위로하자 노인은 “말이 도망간 일이 오히려 복(福)이 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자 도망간 말이 오랑캐 땅의 준마(駿馬)를 이끌고 돌아오는 행운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모두 다시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자 노인은 “이 일이 오히려 화(禍)가 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다.

어느 날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재앙이 닥쳤다. 이에 사람들이 또 다시 그를 위로하자 노인은 이번에도 “이 일이 오히려 복이 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다.

다음해 국경 너머 오랑캐가 쳐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이 전장 터로 끌려 나가 열 명 중 아홉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기 때문에 전장 터에 나가지 않았고, 그 덕분에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새옹지마의 고사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깨우쳐야 하는가?’에 대해 『회남자』의 저자 유안은 이러한 견해를 달아놓았다.

“故福之爲禍(고복지위화) 禍之爲福(화지위복) 化不可極(화불가극) 探不可測也(탐불가측야).”

풀이하면 “그러므로 복이 화로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그 변화가 끝이 없어서 살핀다고 해도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제아무리 식견이 뛰어나고 탁월한 지혜를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행운이 언제 어떻게 재앙으로 변할 지, 재앙이 언제 어떻게 행운으로 변할 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과 세상의 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행운이 왔다고 해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고 재앙이 닥쳐왔다고 해도 지나치게 좌절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