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씨앗과 자신을 해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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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씨앗과 자신을 해치는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8.10.24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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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⑳

[명심보감 인문학] 제11강 성심편(省心篇) 상(上)…마음을 살펴라⑳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結怨於人(결원어인)은 謂之種禍(위지종화)요 捨善不爲(사선불위)는 謂之自賊(위지자적)이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는 것을 ‘재앙의 씨앗’이라고 말하고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을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채근담』의 가르침부터 살펴보자. 여기에서는 “만약 하는 일마다 만족을 가득 채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으로부터 변고(變故)가 일어나지 않으면 반드시 외부로부터 우환(憂患)을 불러들인다”고 했다. 만족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게 되면 그 욕심 때문에 손해 보는 사람이 나오는 법이다. 누군가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은 반드시 불만과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마련이어서 훗날 우환을 불러들이는 길이 된다. 만족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이것이 『채근담』이 가르쳐주는 첫 번째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이다.

또한 “부귀한 집에서는 마땅히 너그럽고 후하게 사람을 대하고 세상에 베풀어야 하거늘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인색하고 각박하다. 이렇게 하고도 어찌 그 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재주와 능력을 숨기고 감춰야 하거늘 오히려 그와 반대로 드러내어 자랑한다. 총명하지만 그 병폐가 우매하고 멍청한 것이다. 어찌 실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부귀하면서 인색하고 각박하면 빈천한 사람의 원망을 사게 마련이. 뛰어난 재주와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도 겸손하지 않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교만하고 오만해져서 다른 사람을 쉽게 업신여기게 된다. 원망하는 사람과 업신여김을 당한 사람을 만들고도 어떻게 재앙을 피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부귀하면서 너그럽고 후하게 베풀며 총명하면서 겸손하고 공손한 것, 이것이 『채근담』이 가르쳐주는 두 번째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이다.

더욱이 『채근담』에서는 스스로 불러들이는 재앙은 결코 피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재앙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린다면 당연히 어느 누구와도 원한을 맺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 이것이 『채근담』이 가르쳐주는 세 번째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이다.

그럼 『논어』에서는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먼저 “친구를 사귈 때 지나치게 충고하면 오히려 사이가 멀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지나친 충고는 친구 사이도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해 원한을 맺게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어질지 못한 것을 지나치게 미워하게 되면 난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어질 못한 것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용납하지 못하면 미워하거나 증오하게 되고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면 원한을 맺기 쉽다.

더욱이 공자는 “뛰어난 지혜와 훌륭한 재주를 지녔다고 해도 교만하고 인색한 사람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한 『채근담』에서 볼 수 있듯이 교만하고 인색하면서 다른 사람의 원망과 불만을 사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원망과 불만은 원한을 맺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사람들에게 원망과 불만을 사지 않고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그것은 ‘공손함[恭]’과 ‘관대함[寬]’과 ‘믿음[信]’과 ‘민첩함[敏]’과 ‘베품[惠]’ 등이다.

공손하면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관대하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믿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일을 맡기고, 민첩하면 공적을 이룰 수 있고, 베풀면 다른 사람이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다른 사람의 악(惡)한 점을 들춰내 말하지 않는 것,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지 않는 것, 용기가 있으면서 예의를 갖추는 것, 과감하면서도 두루 받아들이는 것,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춰내고 폭로해 자신의 정직함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 등을 ‘다른 사람과 원한을 맺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면 우리는 착한 일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공자는-앞서 ‘제1강 계선편(繼善篇)…착하게 살아라!’에서 살펴봤던 것처럼-“見善如不及(견선불여급)”, 곧 “착한 일을 볼 때는 마치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말했다.

또한 “見善如渴(견선여갈)”과 “見善則遷(견선즉천)”을 말하고 있다. 착한 일을 보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처럼 하고, 또한 착한 일을 보면 한 치도 주저하지 말고 즉시 실천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까닭에 맹자는 “착한 일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실로 착한 일을 좋아하면 천하 사람들이 찾아와 착한 일을 말해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착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착한 사람들은 천 리 밖으로 물러나 피하고, 반대로 그 빈틈을 노려 아첨을 일삼고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참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아첨과 비방과 참소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까닭에 착한 일을 좋아하지 않거나 착한 일을 보고도 행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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